조락(凋落)해 가는 것들
조락(凋落)해 가는 것들
  • 경남일보
  • 승인 2019.11.1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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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 사고(思考)는 다분히 사변적(思辨的)이다. 일찍이 경험했던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이 아닌 보다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것을 생각케 하는 계절이다. 단풍으로 물든 잎새를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기 보다는 조락(凋落)해 땅에 뒹구는 흔적을 아쉬워하는 계절이다.

▶사람의 생로병사가 그것이다. 화려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려 안타까운 황혼여행에 접어든 은막의 여왕이 있는가 하면 구순을 넘기고도 남은 인생을 봉사하며 살겠다는 왕년의 스타, 백세에도 아랑곳 않고 전국을 누비며 강연하는 노 철학자도 있다.

▶95세의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얼마 전 낙상으로 15바늘을 꿰멘 상처에도 불구, 필생의 사업인 해비타트 운동을 쉬지 않아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절대적이고 완전하게, 죽음을 편안하게 느끼고 있다”고 최근의 심경을 말하기도 했다. 이들이 우리를 더욱 사변적 사고로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형형색색 아름답게 물든 가을 잎새들도 가까이 보면 온갖 상채기로 얼룩져 있기 마련이다. 벌레가 먹거나 얼룩진 반점으로 점철돼 있지만 그래도 단풍은 아름답다. 다만 떨어져 낙엽으로 뒹구는 것을 아쉬워 할 따름이다. 지금 우리는 황혼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인생들의 끝자락을 보며 사변에 젖고 있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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