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고즈넉한 멋스러움에 반하다
이 가을, 고즈넉한 멋스러움에 반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11.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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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부북면 ‘퇴로리’로 발걸음
요즘 어디를 둘러보아도 울긋불긋한 가을이 소리 소문 없이 내려앉았다. 한적한 시골길로 향하면 자연이 선물한 가을의 향과 풍경, 미적 아름다움에 설렌다. 바람결에 떨어진 낙엽에 잠시 감수성에 젖기도 한다. 시인이 되거나 문학인처럼 고뇌의 글쓰기에 흉내 내어보기도 한다. 훌쩍 떠나버려도 좋은 계절이 가을이다. 책을 읽는 것도 잠시 생각에 잠겨도 가을은 어느새 성숙해진다.

이 가을 멋스러움에 반해 보고자 입동(立冬)이 지난 후 밀양 부북면 퇴로리로 향했다. 오늘 날씨는 신선한 공기에 청명하고 햇살이 곱다. 가로수길이 노란 물결로 일렁인다. 가산리에 있는 밀양연극촌이 한눈에 들어오고 지난여름의 뜨거웠던 연꽃의 향연이 펼치진 모습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가는 길마다 볼거리가 많다. 가산저수지는 규모가 꽤 크다. 요즘 가물치, 붕어, 메기 등 민물고기가 많이 잡혀 강태공들의 천국이다. 오래된 고목, 주변의 경치와 어울려 손맛도 일품이겠다. 그 분위기에 눌려 고요함에 빠지기도 한다. 저 멀리 동쪽 언덕 능선에 용호정이 어렴풋이 보였다. 호수는 가을의 맑고 잔잔하고 아름다운 물결(추파:秋波)이 끊임없이 은은하게 빛났다.

가산저수지 퇴로마을이 지척이다. 마을은 가을이 깊어 흙돌담길이 정겨운 가득 풍성했다.

화악산 아래 자리 잡은 퇴로마을은 8채의 고택이 골목골목마다 소담하게 담겼다. 마을 입구에 닥종이 인형 캐릭터가 나그네를 반긴다. 서편에서 동편으로 이동하여 마을 구경을 했다. 집집마다 은행나무와 감나무가 즐비하다. 노랗고 붉은 가을색이 잘 어울린다. 흙돌담을 따라 느릿 걷다 보면 어느 농부의 일상이 눈에 들어온다. 메밀과 벼를 수확하는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고향생각이 절로 난다.

창덕당, 쌍매당을 지나면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제112호인 퇴로리 이씨 고가에 닿는다. 옛 선비가 살았던 삶의 이야기를 추상적으로 그려봤다. 무인카페에서 커피 한 잔으로 잠시 숨을 고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의 백미 위양못으로 길을 재촉했다. 퇴로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신라 때 농업용수를 목적으로 축조된 것으로 ‘백성을 위한다’라는 의미도 포함한다. 위양못에는 5개의 섬과 오랜 세월을 함께한 고목들이 어울려 멋스럽다. 위양못은 흰 이팝나무가 피는 5월이 가장 아름다워 밀양 8경에 속한다. 하지만 사계절 다 매력이 있는 곳이라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인산인해를 이룬다. 11월에 간 못은 고즈넉한 가을이 살포시 내려앉아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하다. 완재정 마루에 걸터앉아 보면 그 운치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오래 머물게 된다.

위양못의 숲길은 2017년 산림청으로부터 아름다운 숲으로 인정받았다. 숲길은 멈춤이다. 못의 감춰진 비밀이 갈수록 신비롭기 때문이다. 평화로웠고 따뜻했다. 반영(反影)에 비친 위양못의 고즈넉한 가을의 풍경은 그야말로 멋스러움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색창연한 완재정은 또 얼마나 가을스럽게 품은지 빠져든다. 한가로운 오리 한 쌍이 유유히 헤엄치는 풍경을 바라보면 마음이 한결 포근하다. 못의 둘레길은 1.2km 지만 아름다움에 반해 힐링이 되어주기에 충분했다. 가을빛으로 물든 못은 언제나 우리들을 반긴다. 이 가을 멋스러움 절경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밀양 북부면 퇴로리로 가을 소풍 마실 가자.

/강상도 시민기자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완재정에서 바.라본 위양못.

 
퇴로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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