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문제 행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교육칼럼] 문제 행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9.11.1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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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前 창원교육장)
임성택
임성택

금품 갈취, 절도 등의 범죄 행위로 경찰서를 제집 드나들 둣 하는 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의 문제행동을 고치기 위하여 필자는 온갖 노력을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범죄 집단과 연결되었던 것이다. 생활지도는 때를 놓치면 참으로 힘들어짐을 절감하였다.

아이들의 문제행동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작은 일탈행동이 거듭되거나 습관화되기도 하고,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듯 용인하기 어려운 단계로 발전한다. 따라서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눈여겨보고 교육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생활지도의 첫걸음은 이 물음에 옳은 답을 찾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아이들은 처음부터 자기의 문제적인 행동이 문제가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다른 사람의 태도와 관점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규정짓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예를 들면 연필 하나 슬쩍 가져온 것을 보고, ‘절도’, ‘도둑질’이라고 규정짓고 ‘너는 나쁜 애야’라고 말함으로써 스스로 ‘나는 나쁜 애’라고 낙인찍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문제행동을 문제가 아닌 것처럼 대하거나 제지하지 않으면 아이는 그 행동을 스스로 고치기보다는 그 행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을 다룬 이론체계를 크게 분류하면 인지주의적 입장과 행동수정주의적 입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지주의에 의한 행동관은 유전적 요인을 중시하며, 발달단계에 의해 행동 특성이 달라진다는 입장인데, 행동주의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은 학습된 결과로서 문제 행동은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문제행동 중에는 일반적인 행동 특성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것을 단순한 발달 특성으로 우기는 것은 잘못이다. 정신의학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편으로 일으키는 행동에 대해서 유전 운운하거나 과도한 체벌로 억제하려 하는 것 또한 잘못된 방법인 것이다.

생활지도에 성공하려면 인간의 가소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요구된다. 유전적 요인이나 환경에 의해 변화될 수 있는 폭을 인간의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인지주의 심리학은 발달단계를 중시하며 인간의 유전적 요인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어 문제행동도 때가 되면 스스로 고친다는 희망과 기대로 아이를 관대하게 대할 수 있다. 반면 행동주의 심리학은 인간의 가소성을 환경에서 찾는다. 쌍둥이도 그가 자란 환경에 따라 성격과 사고 유형이 달라진다는 입장으로서 ‘어떤 행동이든 변화시키지 못할 행동은 없다’는 교육적 신념을 갖게 한다.

아이를 대하는 교사의 태도와 관점에 따라 문제아가 모범적인 아이가 되고, 우범적인 길에서 돌이킨 성공사례가 아주 많다. 교사부터 사람은 열두 번도 더 변한다는 믿음을 갖고 아이들의 문제행동에 대해 선입견을 버리고, 함부로 비판하지 않으며, 도덕적으로 의미를 부여해서 매도하거나 아이의 앞날을 함부로 단정 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보고 정신 구조를 들먹여서는 더더욱 안 된다. 인간의 행동은 행동 그 자체의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고 보고, 저 아이가 저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물질적·사회적·심리적으로 어떤 자극에 의한 것이며, 그것을 충족시키거나 대상적으로 발산시키는 다른 자극을 가하면 강화되거나 소멸된다고 믿고 적절한 교육적 대처를 해야 한다.

 
/임성택(前 창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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