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패러다임 충돌하는 대한민국 경제
아직도 패러다임 충돌하는 대한민국 경제
  • 경남일보
  • 승인 2019.11.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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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소득주도성장론’은 문재인정부 경제정책기조다. 원래는 포스트케인지언(Post-Keynesian)경제학자들이 주장한 ‘임금주도성장론’이 바탕이었으나 대한민국으로 들어오면서 ‘소득주도성장론’이 되었다. 이는 임금을 받지 않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책기조는 의심받고 있다. 왜냐하면 대통령 임기 절반의 시점에서는 추진해 온 경제정책의 효과나 경제 운영의 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효과가 나타나야 하나 정부경제정책이 아직도 실험을 하고 있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이 남발되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단어가 대통령 연설이나 경제관리 입에서 언급 빈도수가 이전에 비해 확실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은 이를 뒷받침해 준다. 통계청이 12월 13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증가 폭이 3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까닭에 전체 신규 취업자수는 지난달 41만9000명 증가했지만, 증가분 41만9000명 중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가 41만 7000명을 기록하면서 그 비중이 9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는 5만명 줄어들고 40대는 14만6000명 줄어드는 등 극심한 ‘일자리 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재정 투입에 따른 노인 및 공공일자리 확충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참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경제상황을 두고, 야권에서는 ‘일자리 예산 관련 80조원을 썼지만, 일자리 나온 것이 뭐가 있느냐’다. ‘소득주도성장론’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경제현상인식과 경제정책 추진근거인 하나의 패러다임(paradigm)이다. 패러다임이란 말은 그전에도 있었지만 토마스 쿤에 의하여 보편화 된 개념이다.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당시는 천동설이라는 패러다임이 있었을 때다. 천동설과 지동설, 두 패러다임이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다 결국 지동설이 주류의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후 지동설이 주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이 패러다임으로 천체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해 왔다. 지금 주류 경제학의 패러다임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제성장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과정으로 여전히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주류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또 하나의 패러다임인 ‘소득주도성장론’의 주된 논리는 ‘소득은 경제성장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다. 대한민국경제는 아직도 이 두 패러다임의 충돌하에 놓여 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정치혁명이 국민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성공하듯이, 패러다임이 교체되려면 지식 전문가 집단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그 패러다임은 시대 주류의 패러다임으로 성공 혹은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이 한국경제 주류의 패러다임으로서 인정받으려면 경제이론으로의 적실성을 다수 경제학자로부터 인정받고, 주요경제활동 참여자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류 경제학자들은 ‘생산성 증가 없이 인위적으로 소득만 올리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소득주도성장적 발상은 어느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허구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잦은 추경 편성은 정책실패를 추경이라는 미봉책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며, 더 큰 후유증과 비용을 담보로 인기를 유지하겠다는 포퓰리즘으로 보고 있다. 실패한 패러다임은 정권실패에 다름 아니다. ‘소득주도성장론’으로 소득 분배 왜곡, 양극화, 계층 이동 단절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주된 처방책이 되기에는 생산성 향상이 전제되지 않은 경제성장을 지향하고 때문에 한계가 있다. 시장(市場)은 자연(自然)이다. 자연의 의미는 ‘스스로 그러함’이다. ‘스스로 그러함’이란 인간의 주관적, 사적인 판단에 입각한 인위적, 작위적 행위의 배제를 말한다. 경제에 특정이념 과다투입은 경제를 왜곡시키게 될 것이다.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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