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스님 열반 20주기를 맞으며
일타 스님 열반 20주기를 맞으며
  • 김상홍
  • 승인 2019.11.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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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홍기자(취재부)
“나 죽은 뒤 20년이 되면 노랑머리에 키가 멀쭉하고 코가 우뚝한 서양청년이 해인사 일주문 앞에서 어슬렁거리면 그 사람이 나인 줄 알아라”

지난 18일 일타 스님의 열반 20주기를 추모하는 다례재가 합천 해인사와 대구 은해사에서 동시에 봉행했다.

해인사 주지와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을 지내셨지만 선·교·율을 두루 갖춰 한국불교 대표 수행자로 평가 받고 있는 일타 스님은 1942년 14세의 나이로 출가했다.

‘치열한 수행을 통해 도를 깨쳐야 진정한 자유인이 된다’고 설파하신 스님의 친가와 외가 식구 등 총 41명이 출가한 것으로 알려져 불교계에서도 ‘가장 많은 출가자를 배출한 집안’으로 꼽힌다.

출가 후 해인사 지족암에 주석하셨지만 1980년부터는 미국 LA의 고려사에서 한국불교 포교화에 앞장섰던 스님은 1999년 11월 29일 하와이 와불산 금강굴에서 법랍 58세, 세수 71세로 열반했다.

유명인이 죽음의 순간에 남긴 말들은 나름대로 무게를 갖고 인구에 회자되지만 입적한지 20년 지난 일타 스님은 유언만큼이나 살아생전 했던 말도 재조명 받고 있다.

“손에 붕대를 감고 기름을 먹여 태우는데 아주 잘 탑디다.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 그러나 그 때 우리 몸도 한낱 기름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지. 그것도 그냥 안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알았지”

“중노릇을 잘하고, 속세의 업장을 녹이고, 법에 결정심을 갖겠다”는 세 가지 서원을 세운 뒤에 오른손 손가락 12마디를 태우는 연지연향(燃指燃香)의 소신공양을 하던 때 말씀이다.

“기도는 실천이지 이론이 아니다. 또한 기도는 신심이 아닌 신앙이다. 따라서 기도를 할 때는 매달려야 한다. 내 마음대로 남의 도움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불보살님의 불가사의한 힘에 의지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매달리는 것이 기도다”고 하셨다.

생활 속의 기도법에서 기도인이 갖춰야 할 자세를 설파하신 말이다.

사람들은 ‘항상 깨어있으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실제로 급한 일이 닥치면 평정심을 갖기가 어렵다.

하지만 스님은 자신의 몸을 불살라 가면서까지 치열한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겠다는 의지와 신념을 보여주셨다.

어쩌면 우리는 20년 전 일타스님의 유언처럼 그런 일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상홍기자(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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