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최고의 광고인 박웅현
[김흥길의 경제이야기]최고의 광고인 박웅현
  • 경남일보
  • 승인 2019.11.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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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WA 크리에이티브 대표
 
 

<사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지킬 것은 지켜가는 남자>,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경의선은 경제입니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정말이지 놀라운 이야기>, <생각이 에너지다>, <엑스캔버스하다>, <진심이 짓는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혁신을 혁신하다>….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는 이러한 광고 카피들은 TBWA의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대표의 머리에서 나온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는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제작본부 국장을 거쳐, 깐느국제광고제, 아시아퍼시픽국제광고제의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1987년 진로광고대상과 1886년 조선일보 광고대상을 수상하였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광고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무수한 광고들 가운데 대중의 주의를 끌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것들이 85%에 달하지만, 나머지 15% 정도만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고 한다. 광고에는 사진이나 그래픽을 이용한 비주얼의 영역도 있으나 그것은 하나의 상황이나 분위기를 제시하는 데 그칠 수 있는데 반해, 카피는 비주얼적 표현기능이 지니는 제시성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힘을 갖는다. 다시 말하자면, 광고의 비주얼한 컨텐츠는 개략적인 분위기 조성이나 상황의 묘사나 형상화에 그치는 한계를 지니지만, 카피는 구체성과 결정성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카피는 소비자의 집중도를 높이고 광고의 인지도를 향상시켜 결과적으로 광고의 기본 목표인 전달의 의무를 충실하게 만든다. 또한 독특한 카피는 제품 자체와 동일하게 인시되어 그 제품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카피를 통하여 해당 제품의 속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광고 카피는 제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해줌으로써 매출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든다. 광고 카피는 이와 같은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매우 중요하다.

박웅현 대표는 그의 저서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에서 “생각이라는 것은 소통을 위한 창의력을 말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예를 들고 있다. “연애편지를 쓴다고 해봅시다. 편지 하나에는 ‘보고 싶습니다’ 라고 쓰여 져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에는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맘 호수만하니 눈 감을밖에’ 라고 쓰여 있습니다. 누구의 손을 잡아주겠습니까? 광고를 만드는 창의력은 이런 겁니다. ‘보고 싶다’는 말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에서 출발해서, 정지용의 이 시 같은 말을 찾아내는 겁니다.” 그의 인문학적 통찰력과 창의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박웅현 대표는 새로운 생각, 좋은 생각을 찾아 그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를 좋아해 글도 열심히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쓴 책으로는 ‘다섯 친구 이야기’, ‘나는 뉴욕을 질투 한다’, ‘책은 도끼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공저), ‘시선’(공저), ‘디자인 강국의 꿈’(공저), ‘아트와 카피의 행복한 결혼’(공저), ‘다시, 책은 도끼다’ 등이 있다. 그는 저자이면서도 책읽기는 다음과 같이 권한다. “남보다 더 많이 읽고, 남보다 더 빨리 읽으려 애쓰며 우리는 책이 주는 진짜 가치와 즐거움을 놓치고 있다. 천천히 읽어야 친구가 된다. ‘천천히 책을 읽는다’에서 ‘천천히’는 물론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읽고 있는 글에 내 감정을 들이밀어 보는 일, 가끔 읽기를 멈추고 한 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 화자의 상황에 나를 적극적으로 대입시켜 보는 일, 그런 노력을 하며 천천히 읽지 않고서는 책의 봉인을 해제할 수 없다고 나는 믿는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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