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떠나는 가을 그리고 인생
[월요단상]떠나는 가을 그리고 인생
  • 경남일보
  • 승인 2019.11.24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는 결단코 부끄럽지 않게 살아온 목숨이 어디 있으랴. 때론 알면서 속아주며 그럼에도 나쁘다 여기지 않고, 주고 손해 보며 결과적으로 그 어떤 이치를 깨닫고 알아낸 다음에야 비로소 사물을 보는 시야를 넓히게 되는 건 아닐까? 그래서 가을에는 자신을 성찰하며 상처 입은 그 자리에서 깊은 눈길로 인생을 가슴으로 보며 꾸밈이 없는 진솔한 자신과 만나기도 한다.

푸름을 잃고 은빛 물결로 변해갈 때 인생으로 느끼는 게 가을이고 깊어가는 나이 또한 생각지 않을 자 어디 있으랴. 싱그럽던 나뭇잎이 온몸 그대로 변해버린 가을낙엽이 되기까지 불볕더위와 거센 바람과 소낙비의 아픔까지 얼마나 힘들게 견디었을까? 찢기고, 더렵혀지고, 벌레에 뜯기면서도 가을 낙엽이 되어 상처를 지님으로써 삶은 오묘해지는 듯. 자연과 우리 인생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혹독한 삶의 굽이에서 상처 입은 낙엽이지만, 거짓 없는 아름다움이며, 그 아름다움 때문에 삶의 상처도 귀중해지는 것. 원래의 모습 잃고서야 깊어지던 눈길로, 상처 없는 인생은 결코 없듯이 상처 바로 그 자리가 삶을 오묘하게 만들어 주는 건 아닐까? 벌레 먹고 피멍들고 상처 입은 가을 잎 같은 사람으로 뉘우치고 아파해야 하듯 우리는 이 가을날 자만에 빠지지 않는 늘 겸허해질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자.

아름다운 젊음도 지속되는 게 인생일 수 없고, 좋은 삶이라 해도 인생은 기쁨보다 부끄러움을 더 많이 만들게 되는 것. 주며 잃으며 빼앗기고 해를 입으면서 그럼에도 손해보다 이익이 많았다고 생각하며 사는 게 인생이지 않는가. 어차피 낙엽 한 장이 바라는 게 있다면, 이대로의 마음이듯 소중한 사람의 가슴 아픈 사연처럼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건 아닐까. 계절은 겨울을 향해 돌아가듯, 우리도 이제 잃을 것을 잃고 버릴 것은 버리고 인생이란 걸 느껴서 헤아릴 수 있는 가슴이 넓어지길 바라자. 가을 길을 걸으며 낙엽을 바라보며 인생을 생각하고, 또 낙엽을 밟으며 삶을 풀어놓고, 겨울나무처럼 벗을 건 벗고 잊을 건 잊기로 하자. 삶의 흐름도 생명의 흐름도, 인생이 공수래공수거라는 것도 대자연의 이치라는 걸 잊지 말자.
 
이석기 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