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속의 맑은 바람
소매속의 맑은 바람
  • 경남일보
  • 승인 2019.11.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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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 교장
청렴(淸廉)의 글자를 해석해 보면 청(淸)은 맑은 물, 렴(廉)은 건물의 정각을 잡아 주는 기준, 건물의 가장자리 변을 가리키는 명사라고 한다.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말하며 삶은 습관의 연속이니 ‘나는 청렴하다 말하지 말고 청렴은 그저 실천하는 것’이라고 옛 글은 말한다.

조선 500년 동안 청백리가 218명에 불과 하다고 하니 청렴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명나라 우겸은 당시 모든 지방관리는 중앙관리에게 뇌물을 상납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으니 ‘선물을 준비하라’는 주위의 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바칠 수 있는 것은 양 소매 끝에서 나오는 맑은 바람 뿐”이라고 해 양수청풍(兩袖 淸風)이란 유명한 고사를 낳은 장본인이 되었다고 한다.

후한 시대 왕밀은 자기를 천거해 준 양진에게 깊은 밤 황금을 들고 감사 인사를 하자 거절한다. 왕밀은 “깊은 밤 누가 알겠습니까. 작은 성의니 받아 달라고 하자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니가 알고 내가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가?”하며 왕밀을 타이른다. 바로 모야무지(暮夜無知)고사다.

유비를 평생 모시고 천하를 호령하던 제갈공명도 뽕나무 800그루와 척박한 야산 54평이 전부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작금의 세태를 보자 장관이고 청문회에 나온 자들의 면면을 보면 기가 찬다.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등 엄연한 범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수오지심이 없다.

한나라 유한은 “자가 바르지 않으면 직선을 그릴 수가 없고 컴퍼스가 정확치 않으면 동그라미를 그릴 수 없다”라고 한다.

공자님 말씀처럼 “썩은 나무는 조각을 할 수가 없고 썩은 흙으로는 담장을 쌓을 수 없다”라고 하듯이 공직자의 밑바탕이 썩어 있는 한 훌륭한 정치를 펼칠 수가 없고 백성들에게 신뢰를 줄 수 없는 것 또한 당연하다.

유자신서 ‘신독’편에 글처럼 ‘독립불참영 독침불괴금’이라 ‘나 홀로 서 있을 때도 그림자에게 부끄럼이 없고, 홀로 잠자리에 들 때에는 이부자리에게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라고 하니 그저 매사 조심, 조심! 할 뿐이다.

강물은 혼자 흘러가지 않고 나무는 자기 자신을 위해 평생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 그저 국민의 공복(公僕)임을 평생의 자부심으로 삼으며 충(忠)은 아래로 향함을 잊지 말자.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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