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정신이란 무엇인가
이순신정신이란 무엇인가
  • 박도준
  • 승인 2019.11.24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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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준 지역부장
지난 4월부터 남해안 해안경관도로 15선을 시리즈로 취재하고 있다. 15선은 경남의 거제~통영~고성~사천~남해~하동~전남 광양~순천~여수~고흥을 잇는 10개 시·군 중 경남 10곳, 전남 5곳의 해안도로 575㎞ 중 총 253.7㎞ 구간이다. 마지막 고흥 거금해안경관길도 다녀왔다.

탁 트인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들을 보면서 같은 듯 다른 풍광에 우리나라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체험했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은 스쳐지나가는 경치들도 차를 내려 여유를 갖고 바라보면 아름다운 비경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구간들의 공통분모 중의 하나는 이순신이었다. 지명과 다리, 공원, 광장 등 수많은 곳에 이순신이라는 명칭이 들어가 있었고 이순신장군의 유적지가 산재해 있었다. 23전 23승의 승리를 가져다 준 바다까지.

이곳들을 둘러보면서 이순신장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이순신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통제영의 역사와 로맨틱한 낭만이 가득한 길, 여수밤바다로’를 찾아가는 길에 ‘충무공 이순신의 정신’이라는 벽화거리를 마주하게 됐다. 이순신장군이 군령을 내리던 고소대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비탈길 담장에 그려져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는 11가지의 글귀들은 조목조목 읽었다. 글들을 읽고 나의 삶에 대응해 보면서 머리가 하얘졌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몰락한 역적의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외갓집에서 자랐다. 머리가 나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과거 시험에 낙방하고 서른둘의 나이에 겨우 과거에 급제했다. 좋은 직위가 아니라고 불평하지 말라, 나는 14년 동안 변방오지의 말단 수비장교로 돌았다. 윗사람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불의한 직속상관들의 불화로 몇 차례의 파면과 불이익을 받았다. 몸이 약하다고 고민하지 말라, 나는 평생 동안 고질적인 위장병과 전염병으로 고통 받았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마라, 나는 적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후 마흔 일곱에 제독이 되었다. 조직의 지원이 없다고 실망하지 말라, 나는 스스로 논밭을 갈아 군자금을 만들었고 스물세 번 싸워 스물세 번 이겼다. 윗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 갖지 말라, 나는 끊임없는 임금의 오해와 의심으로 모든 공을 뺏긴 채 옥살이를 해야 했다. 자본이 없다고 절망하지 말라, 나는 빈손으로 돌아온 전쟁터에서 열두 척의 낡은 배로 133척의 적을 막았다. 옳지 못한 방법으로 가족을 사랑한다 말하지 말라, 나는 스물 살의 아들을 적의 칼에 잃었고 또 다른 아들과 함께 전쟁터로 나섰다. 죽음을 두렵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적들이 물러가는 마지막 전투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앞에서 언급한 11가지의 정신이 이순신장군의 전 생애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효·기에 대해선 잘 표현하고 있지만 그 근본인 애민을 기본으로 하는 민본정신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 마음속에 새겨 놓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통영의 통제영, 남해의 이락사, 여수의 진남관 등 이순신장군의 유적지와 상징물들에게서 느꼈던 허전함을 ‘이순신의 정신’ 벽화거리에서 이 글들을 보면서 채웠다. 비탈길 위에 있었던 고소대만 쳐다보고 갔으면 ‘이순신의 정신’은 한낱 벽화에 그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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