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금강산 관광 이야기
그리운 금강산 관광 이야기
  • 김지원
  • 승인 2019.11.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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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고 낡은 금강산 관광시설물을 철거 해야겠다는 북측의 엄포에 남북한 분위기가 한층 냉랭해졌다. 때마침 지난 18일은 금강산 관광객이 처음 출발한 지 21년이 되는 날이었다. 경남일보는 첫 금강산 관광에 두 명의 취재기자를 보내 분단 이후 남측의 손님을 처음으로 맞은 금강산 이야기를 전했다. 금강산 관광 21주년을 맞아, 1만2000봉 그리운 금강산 관광길이 다시 열리길 기대하며 그 때 그 시절 첫 관람기를 돌아본다.

금강산 관광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애정을 쏟아 이뤄낸 사업이다. 정 회장은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소 1001마리를 트럭에 싣고 판문점을 넘어 북측에 전달했다. 고향이 강원도 북쪽지역인 통천 출신이었던 정주영 회장은 대북사업에 애착이 컸다. 정 회장은 1992년부터 자신의 서산농장에서 북에 보낼 소 떼를 키우기 시작했다. 정 회장의 ‘소떼 방북’은 금강산 관광을 비롯해 경제협력의 물꼬를 튼 사건이었다. 정 회장은 두 번째 ‘소떼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10월 31일 금강산 관광과 경제, 체육분야의 민간협력사업 추진을 밝혔다. 정 회장은 두 번째 방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해 우리나라 기업인으로 북한의 최고 실권자를 처음으로 만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정 회장은 북측과 1989년 1월 23일 금강산 공동개발에 대한 의정서를 체결했다. 이후 10년의 세월이 지난 1989년 11월 18일 첫번째 금강산 관광객이 북녘 땅에 발을 디뎠다. 이듬해인 1999년 현대는 금강산 관광을 전담할 현대 아산을 창립했다.

금강산 관광은 11월 2일부터 관광객 모집에 들어가 11월 7일 첫번째 방북할 관광객을 선정 완료했다. 강원도 동해항에서 출발해 북한의 장전항에 상륙해 금강산과 해금강을 둘러보는 4박5일짜리 여행상품이었다. 첫 관광객의 60%는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이었다. 관광객들은 여행에 앞서 방북교육을 먼저 받아야 했다.

 

11월 15일에는 현대금강호가 북한 장전항까지 시험운항을 실시했다. 현대측의 실무 관계자들이 탑승해 1박2일짜리 시험코스 답사를 마무리 했다. 18일자 지면에는 ‘금강선 관광선 역사적 첫 출항’ 이라는 보도와 함께 경남일보 최정수기자와 최창민 기자 2명이 금강호에 탑승해 취재를 나선다는 내용이 함께 소개됐다.

여행 마지막날인 22일 경남일보 지면에는 금강호에서 보내온 사진과 함께 금강호의 관광객들과 관광2호선 동래호의 승객들이 장전항에서 만나 ‘역사적인 만남’을 감격해 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전해졌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열린 뱃길을 따라 북쪽 항구에서 만난 한국 관광객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경남일보는 24일자에는 특집 4면을 편성해 첫번째 금강산 관광을 다뤘다.


1면에는 구룡폭포의 설경을 실었고, 특집 2개면은 화보, 나머지 지면에서 출발부터 도착까지의 일정, 금강산을 찾아 온 실향민들의 애환, 북한 사람들의 반응까지 상세하게 보도 했다. 지금 보아도 북측의 풍경이 친근하면서도 이색적인 면이 있다. 웃음 띤 북한주민의 모습은 우리네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관광지 바로 옆으로 쳐진 철조망이나 바위 위에 새겨진 선전문구들은 생소한 느낌을 준다.

기사에서는 김제현 이종성씨 부부가 빛바랜 부모님 사진을 들고 와 만물상을 둘러보는 동안 제사를 지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는 소식을 사진과 함께 전하고 있다. 50년만에 시댁과 친정동네가 있는 장전으로 간다는 권경옥 할머니는 배 창밖을 보며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장전항을 제일 처음 본 관광객으로 기록됐다. 실향민인 송해씨는 기자가 아닌데도 KBS전국노래자랑 사회자라는 직함으로 통보돼 둘째 날까지 입국이 허락되지 않아 안타까워하다, 마지막날인 21일에야 금강산을 밟아 볼 수 있었다.

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해금강 코스를 지날 무렵, 이 곳 초등학생들이 열렬히 손을 흔들어 인사하자 우리 관광객이 탄 버스 안에서는 “저 애들이 어른이 될 때 비로소 통일이라는 단어가 오가지 않겠냐”는 말들도 나왔다. 그때가 벌써 21년 전이니 아이들은 지금쯤 어른이 되었을 텐데….

 

이후로 2008년 남한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될 때까지 10년간 193만명이 금강산을 다녀 온 것으로 집계됐다.

1998년에 1만554명이 처음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이후로 1999년에는 14만8000명, 2000년에는 21만 3000명이 금강산 관광을 다녀왔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다소 주춤했다가, 2003년 육로방문이 시작되면서 2004년 27만명, 2005년 30만명, 2006년 23만8000명이 금강산을 다시 찾았다.

단풍철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는 11월, 금강산의 단풍풍경이 문득 그리워진다.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의 냉기류가 눈 녹은 듯 사라지고 그리운 금강산을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본다.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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