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동정책의 역설
친노동정책의 역설
  • 경남일보
  • 승인 2019.11.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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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근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 간의 간담회에서 회장단은 “친노동 정책 탓에 기업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라면서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어 가는 현실에서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요구에 대하여 김 실장은 “문재인 정부는 ‘공정과 포용’,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기조에는 변함없을 것”이라며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 ‘비정규직 제로(0)’, ‘최저임금 만원’, ‘주 52시간제도(근로시간 단축)’ 등의 노동정책을 내세우면서 양극화 해소와 취업률 제고를 약속하였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17년의 비정규직 비율이 32.9%이던 것이 지난달 36.4%로 3.5%P 늘어난 것으로 통계청은 발표하고 있다. 경기 부침(cycle)은 자본주의 속성상 당연한 현상이기에 기업은 비정규직으로 경기의 흐름에 따라 고용을 조절할 수밖에 없어 비정규직의 제로화는 예당초 맞지 않는 이상(理想)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하여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폈지만, 오히려 고용 감소와 소득분배 악화가 초래됐다. 10월 고용 동향에 따르며 취업자는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하여 41만9000명이 증가해 정부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실상은 현실과 배치된다. 만 60세 이상이 41만7000명 늘어 전체 증가한 수치의 99.5%를 차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정부 노인 일자리 사업의 주된 대상인 65세 이상 25만8000명으로 61.6%를 차지한다. 반면 나라 경제의 허리인 30~40대 취업자는 19만6000명이 감소하였다. 또한 정규직으로 분류할 수 있는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이상인 취업자는 80만4000명 감소했다. 반면 36시간 미만인 취업자는 59만9000명 증가했다. 30~40대의 취업자와 정규직 노동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고용 사정이 좋아졌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주성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 저소득층의 소득 격차가 상당이 줄어들었다고 자평(自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실상과 다르다. 1분위(소득 하위 20% 계층)에 비한 5분위(소득 상위 20% 계층) 소득이 2018년 5.52배에서 2019년 5.37배로 소득 격차는 완화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기초연금 등 정부의 복지지원금인 ‘공적이전소득’의 대폭 증가(19.1%)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에서 얻은 근로소득은 1분위 소득이 6.5% 감소한 반면, 5분위 근로소득은 4.4% 증가하여 양극화는 더욱 심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도 되지 못한 선진국 문턱에서 분배 위주 정책으로 돌아선 결과다. 선진국에 완전히 진입할 때까지는, 고령 사회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선 성장 후 분배’의 정책을 견지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비정규직의 제로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친노동정책은 생산비용을 상승시켜 기업 투자를 어렵게 한다.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될 때 제품의 생산?판매에 활력이 생겨 일자리가 창출되고 노동자의 소득도 증가하게 된다.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유량(flow)의 소득으로 저량(stock)의 자본에 노동을 결합했을 때 소득과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노동이 자본과 더 많이 결합할 기회를 가질수록 일자리는 늘어나고 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한다. 이것이 ‘선 성장 후 분배’에 의한 진정한 의미의 친노동정책이다. 노동 존중을 표방하면서 노동자보다 상위 10%의 노조가 노동정책을 좌우하는 왜곡된 ‘노동 우선 정책’ 결과, 자본에 노동을 투입할 기회 즉 취업기회를 얻지 못하여 노동자의 삶이 더욱 어려워진다면 이것이 ‘친노동정책의 역설(逆說)’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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