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다, 다시 소망하다
돌아보다, 다시 소망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11.2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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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정(진주YWCA 사무총장)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또 가을이 오더니 이제 달랑 달력 한 장 남겨두고 있다. 한 해 동안 내게 주어진 생명과 인생의 기회들과 사람들, 과업들에 대하여 허투루하지 않고 얼마나 성실했나 돌아본다.

역시, 올해도 많은 변명과 사연이 넘쳐난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다며 분주해하며 규모 있는 삶과 만남을 이어가지 못했다. 내면에 잠재된 지혜와 달란트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뒤죽박죽 보내버린 시간들이 많았다. 겸허히 깨어있었다면 알 수 있었던 귀한 깨달음을 놓친 것은 얼마나 또 많을까? 함께 나누고 보듬고 싸매고 돌볼 수 있는 자원과 힘이 있는데 지나쳐버린 일들도 스쳐간다. 무슨 일이든 쉽게 가려고만 해서 놓친 터닝포인트며 본질을 흐리는 판단을 하고 변명삼아 손을 씻을 물을 찾아 무마한 순간들도 있었으리라. 무수히 많은 날들 가운데 아주 적은 시간만 깨어있었던, 흠결이 많은 2019년이 흘러간다.

통찰과 성찰은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가야 하는 것이기에, 2020년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나아가도록 두 손 모은다. 제대로 먹고 잘 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기로 한다. 매일매일 마음에 무엇이 가득 차 있는가? 말할 수 없는 어떤 생각들로 가득 차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나의 노력과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과 분노, 좌절을 날마다 비워보기로 한다. 좀 더 풍요로운 영성의 사람이 되기 위해 버려야할 것, 갖추어야할 것 목록을 적어본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난민(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내 옆에 없다고 없는 것처럼 살지 않기. 그들을 돌아보지 않으면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기를 기도하는 위선을 줄이기. 아주 작은 행함과 실천으로 이것으로 되었다고 자위하지 않고 한걸음 더 내딛기. 내 힘을 빼고 새로운 감각 받아들이는 유연함 가지기.돌봄과 살림이 필요한 곳을 알고 잘 연결하는 명민함 가지기. 가족부터 직장, 지역사회, 국가, 전 지구에 이르기까지 속한 공동체를 두고 두 손 모은다.

우리네 속한 공동체들이 청년성을 유지하고 성실과 도전이 끊이지 않는 활력있기를. 어린 자녀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대에 골고루 평화가 있기를. 사람들이 서두르지 않고 게으르지 않으며 나아갈 때와 머무를 때를 알아 호흡을 가다듬으며 삶을 디자인해가기를.

몸과 마음과 영혼의 변화를 돕는 긍정적인 요소들-온유함과 친절함과 겸손함 같은 덕목-을 옷 입듯이 입고 날마다 경건을 연습하는 생활을 할 수 있기를. 그래서 화려함보다 담백하고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갖고 살기를.

 
/고명정(진주YWCA 사무총장)
 
고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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