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디플레이션, 미리 대비하자
부채 디플레이션, 미리 대비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19.11.27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일반적으로 금리는 경제활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세금은 상품의 거래와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금 정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정책의지로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거나 부동산 시장을 억제하기 위하여 취득세, 등록세, 양도세 중과와 함께 보유세 인상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불황으로 인한 부동산 임대수요가 급감하고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한 국면에서 서민들과 중소상공인들의 충격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가계수입은 줄어드는데 실질 고금리 대출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채무상환 능력보다 커지면 담보자산을 처분해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부동산 거래비용이 매우 높은 현실에서는 빚을 갚기 위해 현재 사는 집보다 싼 집으로 줄여가는 이른바 ‘집 갈아타기’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사실상 초과한 상태에서 부동산 시장 거래실종 상태가 오래가면 복잡하게 얼킨 가계부채 뇌관이 터질 수 있다.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신용경색 사태가 벌어져 돈의 흐름이 더 막혀 자금이 필요한 곳으로 흐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GDP증가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경제심리지수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내려가는 상황에서 부동산 담보대출과 전세 보증금을 감안할 때,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되면 보유자산을 더욱 헐값에라도 처분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하락시키는 부채 디플레이션 함정(deflation trap)에 빠져 들게 된다. 이것은 소비를 급락시켜 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다시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디플레이션 소용돌이(deflation spiral)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를 떨어뜨려 경제를 과열시키지만 디플레이션은 ‘자산 가격’을 떨어뜨려 경제를 얼어붙게 만든다.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을 갈증나게 하고 지치게 하지만 디플레이션은 ‘이것이냐 저것이냐’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절망에 이르는 병’으로 이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내려 사람들이 돈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착각하는 그 순간에 일자리가 없어지고 기업은 도산하는 사태를 발생하게 만든다. 서민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 경제는 돈이 돌지 않는 불확실성에 쌓여 있은지 이미 오래됐다. 금리는 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고 가계의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잠자고 있는 돈을 필요한 곳으로 잘 돌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집값 안정은 유도하되 거래까지 실종시키는 과잉 대책은 시장 기능을 훼손시키고 나아가 부채 디플레이션이라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초가 삼간 다 태워도 빈대만 잡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정책을 펼치 다가는 국가경제는 물론이고 민생도 그야말로 도탄에 빠질 수 있다.

올해도 우리나라 경제는 여러분야에서 고단하게 운영되어 왔다. 앞으로도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러 곳에 혼재해 있어 어디선가 예기치 않은 사태가 벌어지면 경제 전반으로 충격이 번질 우려가 있다. 부채 디플레이션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도록 긴 안목에서 냉정하게 진단하고 대처해야 한다. 서민층, 중산층은 이럴 때 일수록 우왕좌왕하지 말고 허리띠를 졸라 매야 낭떠러지를 피해갈 수 있다. 우리 모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엄중한 사실은 ‘이 땅은 나만이 아니라 내 자식들도 계속 살아가야 할 곳’이라는 것이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김진석교수
김진석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