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올리브나무 센터장
김미경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올리브나무 센터장
  • 백지영
  • 승인 2019.11.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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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겐 척박한 사회, 삶의 터전 만들어 주고파”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지난해 말 송년 행사에서 수화로 불렀던 노래 가사를 읊는 목소리가 떨렸다. 장애인 이용자와 교사, 후원자, 자원봉사자 모두가 울음바다가 됐던 그 순간이 다시금 떠오른 탓일까 눈가가 그렁그렁해졌다.

지난 25일 오후에 만난 김미경(50) 센터장은 진주시에서 개인 시설로는 처음으로 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개소해 운영해 오고 있다.

김 센터장은 작년 초 사비를 털어 사회복지시설 ‘올리브나무’를 만들었다. 장애를 가진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우리 사회가 장애인이 살기에는 제한이 많고 힘들다는 사실을 체감한 게 계기가 됐다.

현재 만 13세 미만의 등록 장애인에게는 국가에서 방과 후 활동이 무료로 제공된다. 하지만 그 나이 이상의 장애인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김 센터장은 “13세 이상의 아이들도 부담 없이 와서 지낼 수 있는 주간보호센터, 흔히 말하는 ‘데이케어센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리브나무는 만 13세부터 30세 사이 장애인에게 요리, 체육, 원예, 외부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 14명 중 70%는 미성년자, 30%는 성인이지만 차츰 성인 비율을 늘려 1:1의 비율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렇게 올리브나무를 거친 성인 장애인 중에는 직업 전 단계 교육을 통해 학교 행정 보조, 빵 포장 등의 직업을 구한 이도 있다.

김 센터장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현란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반복적으로 교육하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취업 성공 사례를 통해 가능성을 봤다”며 “10년·20년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인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평생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어느새 입소문이 나 올리브나무에는 아이를 보내고 싶다는 부모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 5명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무리가 따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리브나무는 꼬박 2년째 국가 보조금 지원 없이 운영돼 왔다. 첫해는 김 센터장이 공인 인증을 받아 예치해뒀던 돈으로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었지만 개인이 다달이 몇백만 원씩 투자해가며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국가 보조금을 기대했지만 개인 사회복지시설이라는 이유로 받지 못했다. 소식을 듣고 십시일반 도와준 사람들 덕에 기적처럼 올 한 해를 다시 버틸 수 있었다.

김 센터장은 “후원 금액이 매달 50만 원부터 5000원까지 다양하다. 센터에 봉사활동을 다녀간 학생이 자신도 후원하고 싶다며 부모님 동의 하에 용돈에서 5000원씩 기부하고 있다. 이러한 마음들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올리브나무는 개인 시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난여름 법인 등록을 마쳤다. 내년부터는 국가 보조금을 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주간보호센터로 시작한 올리브나무를 발전 시켜 장애인이 교육받고 재활하고 삶을 누릴 수 있는 터전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척박한 땅에서 질긴 생명력으로 자라나 잎부터 열매까지 나무 전체가 사회에 이익이 되는 올리브나무처럼 우리 사회와 장애인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멘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일이지만, 김 센터장의 목소리에서 꼭 해내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김미경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올리브나무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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