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에 대한 시민의식의 현주소
공익신고자에 대한 시민의식의 현주소
  • 경남일보
  • 승인 2019.11.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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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경남사회적가치지원센터장)
매년 12월 9일은 UN에서 지정한 반부패의 날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매년 12월 9일을 전후 2주간을 ‘반부패주간’으로 지정해 청렴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2018년 반부패주간 기념식에서 사회의 부조리를 신고해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한 분들의 중요성을 알리고 공식적으로 감사를 표시하면서 12월 9일을 ‘공익신고의 날’로 선포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과연 ‘공익신고에 대한 시민의식은 어느 수준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혹시나 같이 일하는 동료가 조직의 비리를 폭로하는 내부고발자로 나선다면 용기를 내어 비리를 폭로한 동료의 편에 서야 할까? 아니면 조직을 위태롭게 만든 그 친구를 비난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부고발자의 평상시의 행동과 태도, 그리고 폭로의 계기가 사익을 위한 것인가? 공익을 위한 것인가? 에 따라 엇갈린 반응들이 나올 것이다. 폭로의 내용이 공익을 위한 사심 없는 결단이었다고 한다면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조직을 고발한 정황이 조금이라도 나온다면 ‘비리폭로’라는 대의명분은 사라지고 ‘배신자’라는 프레임으로 동료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확률은 거의 100% 확실시 된다.

이에 대한 근거로 내부고발자에 대한 사건을 들고자 한다. 내부고발자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당연 김용철 변호사다. 2007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대형 폭로사건이 발생했는데, 대통령도 건들기 힘들다는 최고 권력 기업인 삼성의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이었기에 그 당시 파장은 작지 않았다. 삼성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김용철 변호사는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를 거쳐 1997년 8월에서 2004년 9월 사이에 삼성 법무팀 이사,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전무를 거쳐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마지막으로 퇴임함 인물이다. 7년 동안 삼성의 심장부에 있으면서 그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내용을 묶어 책으로 펴낸 ‘삼성을 생각한다’의 내용을 보면, 삼성맨들에게 수치심을 던져줄 만한 내용이 한 둘이 아니다.

과연 그 당시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삼성에 근무하는 보통의 직원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탓으로 당시의 반응이 어떠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아마도 내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반응은 반반 정도로 갈리지 않았을까? 김용철 변호사가 자신의 사익을 위해 조직을 고발하였다면 당연 조직을 옹호하고 김 변호사를 비난하는 직원들이 압도적이었겠지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보증하는 대의명분이 있었기에 삼성의 직원들도 섣불리 그를 배신자라고 부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추측의 근거로 한 민간기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 중 진행되었던 설문조사의 결과를 들 수 있다. 이 설문조사는 참석자 157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 “동료가 조직의 비밀을 누설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의 질문에 있어서는 ‘절대로 지지할 수 없다’ 69명, ‘지지하기 힘들다’ 49명, ‘모르겠다’ 29명, ‘부분적으로 지지한다’ 9명, ‘열렬히 지지한다’ 2명, 의 순으로 결과가 나왔고, 두 번째 “공익을 위해 자신의 조직을 고발하는 ‘양심고백’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대해서는 ‘절대로 지지할 수 없다’ 1명, ‘지지하기 힘들다’ 5명, ‘모르겠다’ 10명, ‘부분적으로 지지한다’ 48명, ‘열렬히 지지한다’ 87명, 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세 번째 질문, “우리조직에서 ‘양심고백’이 이루어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질문에는 ‘절대로 지지할 수 없다’ 13명, ‘지지하기 힘들다’ 39명, ‘모르겠다’ 58명, ‘부분적으로 지지한다’ 35명, ‘열렬히 지지한다’ 12명, 으로 조사 결과가 나타났다.

한 민간기업에 소속된 단일집단에게 물어 본 결과이기 때문에 시민전체의 의견으로 생각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조직의 비밀누설’이라는 은밀한 테마에 대한 일반적인 정서는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조직의 비밀누설에 대해서는 이유를 불문하고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간주하고는 있지만 소위 ‘양심고백’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정의로운 폭로에 대해서는 모두가 열렬히 지지한다는 정서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도 내로남불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가로 이어진 질문인 “그런 일이 우리 조직에서 일어난다면?”이라는 질문에 있어서 남에게 들이미는 잣대와 나에게 적용하는 잣대 사이에 이중성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의 응답을 두 번째 질문에 대한 응답과 비교하니 현저히 떨어지는 지지율이 나온 것이다. 그 어떤 비겁한 상황이 오더라도 조직을 옹호할 수밖에 없는 직원으로서의 입장과 한편으로는 정의로운 사회를 갈망하는 보통사람으로서의 입장에서 갈등을 겪는 심리적 불안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진정으로 공익신고자들의 용기 있는 결단이 우리 사회의 커다란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한다면 ‘공익신고의 날’을 선포하는 것 보다 동료 간의 정이 깊으면 깊을수록 내부정화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그리고 조직이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구성원들에게 이런 심리적 갈등을 경험하게 하지 않도록 공익신고자에 대한 시민의식을 변화시키는 노력과 함께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수경(경남사회적가치지원센터장)
 
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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