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플러스[232] 곡성 괘일산·설산
명산 플러스[232] 곡성 괘일산·설산
  • 최창민
  • 승인 2019.11.28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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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에 노송이 자라는 괘일산 풍경

여행을 가거나 업무차 타 도시로 이동할 때 조금만 특이한 산이 보여도 동승한 이에게 산이름 찾기를 부탁하는 직업병이 생긴 지는 오래됐다.

하동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로 가다보면 곡성 옥과IC부근 오른쪽 먼 곳에 독특한 바위산이 하나 보인다. 규모는 작은데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아 자꾸 운전 중 그 산을 쳐다보게 된다

그렇게 찾아낸 산이 ‘해가 걸려 있다’는 뜻을 가진 괘일(掛日)산이다.

‘작지만 당돌하게 생긴 바위산’이라는 게 매력적이고, ‘해가 걸렸다’는 시적인 표현의 이름이 아름다워 두번 생각지 않고 다음 산행지로 꼽았다.

전남 곡성군 옥과면 설옥리에 위치한다. 그 바로 옆에 형제처럼 마주보고 있는 산이 설산이다.

괘일산은 멀리서도 시선을 끌만큼 근육질의 기암괴석으로 굳이 따지자면 정열적인 태양이 더 어울리는 편이고, 설산은 부드러운 육산이어서 온화하고 둥근 보름달이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차라리 괘일산에 비유해 설산을 괘월(月)산으로 부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이 산은 거칠고 모나거나 혹은 둥글고 부드러운 것이 조화를 이뤄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거듭났다고 하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괘일산 아래 설옥마을 2구에서 보면 이 산들의 등산로는 알파벳 U자를 뒤집어 놓은 모습이다. 취재팀은 왼쪽 설옥관광농원 지나 성림청소년 수련의집 부근에서 능선을 타고 오른쪽 괘일산에 오른 뒤 엎은 U자 라인을 따라 설산에 올랐다. 이후 수도암으로 하산해 설옥마을로 회귀했다.

 

▲등산로: 곡성 옥과면 설옥2구 마을 회관 주차장→설옥관광농원(불광사)→성림 청소년 수련의 집 직전 갈림길→첫 암릉→괘일산정상→임도 갈림길→금샘→설산→수도암→설옥2구마을 회관 회귀. 총 6.1km, 휴식포함 4시간 소요

▲설옥2구 마을 회관에서 출발한다. 하늘금에 도드라지게 희고 거친 암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현대식 건물 몇 개동이 들어선 설옥관광농원 앞 갈림길을 지나친다. 더 올라가면 등성이가 나오고 그 너머 왼쪽에 ‘성림 청소년 수련의 집’ 일부가 보인다. 이때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 산길을 타고 올라가면 된다. 길이 사라지곤 하는데 무조건 큰길을 따르면 주 등산로에 합류할 수 있다. 그러니까 주 등산로 초입은 수련의 집 앞 갈림길에서 5분정도 더 진행한 뒤 있는 셈이다.

20분정도 오르면 불쑥 치솟은 첫 암릉이 나타난다. 그 아래를 지나서 그 암릉 위로 돌아가는 길을 따른다.

어느 정도 올라서면 걷기 편안한 소나무 숲길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황금색의 정갈한 솔가리를 카펫삼아 걷는 기분은 더 없이 경쾌하고 부드럽다. 일품 트레킹이 따로 없다.

중간중간에 자연 전망대가 나타난다.

동쪽 옥과면 방향에 동악산이 내려다보이고 남쪽에 백아산이 가물거린다. 남서쪽엔 광주 무등산이다.

사실은 수려하고 예쁜 암릉은 가까운 곳에 있다. 정상 못 미친 지점, 거대한 바위산이 눈앞에 잇따라 등장한다. 천길 벼랑이 아득하게 멀어 오금이 저려온다. 발바닥이 간지럽다. 그래서 난간으로 나아가기가 조심스럽다.

길은 두 갈래다. 위험하고 아찔한 능선길이 있는 반면 초보자나 노약자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도 있다.

험한 길은 험한 길대로, 좋은 길은 좋은 길대로 매력이 있다.

암릉 곳곳에 널린 드넓은 바위는 황매산 모산재 암반을 떠올리게 하고 뾰족뾰족한 바위들은 설악산의 용아장성을 소환한다.

지난 6일에는 괘일산에서 곡성군 관내 산악회원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아홉번째 ‘토닥토닥 걷기’ 행사가 열렸다. 안전한 길이 따로 있어 어린이 노약자도 많이 참가해 참가자수가 500명을 헤아렸다한다. 지자체와 사회단체가 소통하고 상생하려는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괘일산에 닿는다. 설산보다 낮지만 풍광이 빼어나다. 이번엔 더 멀리 있는 조계산과 지리산이 손짓한다.

이 산 동쪽 옥과마을 사람들은 괘일산이 희망이자 꿈이었던듯하다.

마을 사람들은 해가 지는 모습을 이 산을 통해 볼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괘일산이라고 했다.

상상해 보라. 불그스름한 기운이 도는 황혼녘에 검은 빛 실루엣 속에 희멀건하게 드러나는 바위산의 매력을…,

가을 지나 겨울, 겨울 건너 설날, 또 보름이 다가오는 시점에 저녁노을은 긴 휴식의 끝이어서 허전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다시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었을 것이다. 설산을 휘감는 구름과 괘일산 낙조, 농부의 심상이 더해진 이 풍경을 옥과팔경이라고 한다.

괘일산을 떠난 길은 육산으로 이어진다. 푹신한 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고도가 높아지고 심상찮은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거대한 바위가 나타난다. 금샘을 품고 있는 기암이다. 가뭄 탓인지 샘은 말랐다. 깨진 표주박과 촛불,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 어지럽다.

바위를 우회해 올라서면 갈림길. 오른쪽으로 넘어가면 정금샘이 있는 수도암이다. 그러니까 이곳에는 금샘을 비롯해 수도암 정금샘, 2개의 유명한 샘이 있다.

왼쪽으로 진행해 능선에 서면 풍산도치 갈림길. 이번엔 오른쪽이 설산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설산은 부드러운 육산이다.

설산(525m)이 괘일산(440m)보다 더 높다.

설산은 독립된 산으로 느껴진다. 사방이 낮은 평야나 얕은 구릉으로 돼 있고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비로소 큰 산들이 에워싸고 있다.

멋진 노송 한그루와 암릉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정상의 이미지를 살려낸다.

수도암은 설산이 알처럼 품고 있는 암자다. 신라시대 설두화상이 머무른 것으로 전한다. 현 당우는 1928년 재건했다한다.

/옷을 보니 구름이요/얼굴은 꽃이로세/봄바람은 난간을 스치고/이슬은 더없이 영롱하네/군옥산 산마루에서나 볼 선녀가 아니라면/요대의 달빛 아래서나 만날 선녀가 분명하네(雲想衣裳花想容운상의상화상용/春風拂檻露華濃춘풍불함노화농/若非群玉山頭見약비군옥산두견/會向瑤臺月下逢 회향요대월하봉/청평조(淸平調)’, 이백.

술타령하면서 저잣거리를 떠돌던 이백은 불각시(不覺時) 당 현종에 호출된다. 그에게서 총비(寵妃), 양귀비 애찬가를 요청받은 이백(李白)은 모든 미시여구 다붙여서 양귀비를 ‘군옥산 산마루에서 볼 선녀’에 비유하며 아부했다. 취 중 이백의 시 한수에 훅 가버린 현종과 귀비의 행색이 고운(孤雲)격문(檄文)에 나자빠진 황소(黃巢)와 비슷했던 모양이다.

절세가인 서왕모가 산다는 중국 전설, 상산(上山)이 군옥산(群玉山)이다. 괘일산·설산을 내려와 설옥의 모롱이를 돌아갈 때 허름한 담벼락에 희미하게 새겨진 ‘군옥산’ 글귀를 발견한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첫 암릉
솔가리가 깔린 솔숲길
괘일산 정상부근의 천길 낭떠러지
 
 
 
금샘부근 계단
설산
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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