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 완전방제와 수종 갱신을 함께 생각해야
소나무재선충 완전방제와 수종 갱신을 함께 생각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9.12.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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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지금도 소나무재선충으로 국토가 유린되고 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의 방제작업이 한창이고, 예산도 많이 소요된다. 매년 방제비가 책정되어 있고, 일선 담당자와 방제사업을 실행하는 작업단들이 치열하게 애를 쓴다. 며칠 전 뉴스에서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섬에도 소나무재선충병이 유입되었고, 경상남도 통영의 가왕도에는 이미 소나무가 다 죽어 자빠지고 있다는 거다. 더욱이 소매물도, 곤리도, 화도 등으로 이 병이 확산되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이 병이 우리 국토와 산림을 유린할 지 모를 지경이다.

소나무재선충은 지난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이래 매년 피해면적이 증가하고 있고, 지금은 강원도 동해시 무릉계곡 유원지 근처까지 번져가고 있다. 최초 발생 이후 벌써 30년이 넘은 거다. 그럼에도 완전방제가 안 되고 있으니 특단의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소나무재선충은 일명 소나무에이즈로 한 번 감염되면 현재까지는 치료약이 없어 죽게 되는 심각한 소나무병충해다.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의해 감염되는데, 먹이 조건이 좋을 때는 100m이내도 이동하고, 강한 비산능력이 있어 부적절한 조건에서는 장거리도 이동한다. 감염목의 방치 및 불합리한 방제작업으로 그 확산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1905년 발생하여 북해도 지역을 제외하고는 소나무가 전멸 위기에 놓여 있고, 중국 등 동북아 국가도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다. 한 예로 중국은 방제를 위해 소나무 주변 지역 100m 범위의 나무를 모두 베어버리는 특단의 대책도 강구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관계당국에서는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피해목을 제거하고, 예찰 진단을 강화하며, 최근에는 감염목 이동을 차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구나 소나무재선충의 북상을 막기 위해 피해목 전량을 벌채 후 훈증 소각처리하고 있고, 항공방제도 실시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에 관한 특별법까지 공포하여 재선충병 감염목 및 우려목의 이동을 차단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소나무재선충에 걸려 고사하는 나무를 신고하면 포상하는 제도까지 시행하고 있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상징 나무이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다. 한 여론 조사기관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40가지’란 주제로 실시한 조사 결과, 소나무(43.8%)는 은행나무(4.4%), 단풍나무(3.6%), 벚나무(3.4%), 느티나무(2.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산림청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3차례 실시한 조사결과와 다르지 않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꽃과 새가 각기 외래종인 장미와 앵무새와는 달리 나무만은 여전히 이 땅의 토종 나무인 소나무를 좋아한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나무재선충을 퇴치하기 위한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열렬하다. 그럼에도 완전 퇴치는 이루어지지 않으니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지구상에는 1백 여 종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우리 소나무도 그중 한 종류이다. 소나무는 다양한 환경조건에 적응하며 살 수 있어 생육환경조건이 좋지 않은 암석지대나 척박한 곳은 물론이고 가끔 범람하는 하천가에서도 자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활엽수와 경쟁하지 않는 조건이면 양분이나 수분조건이 좋은 산기슭이나 계곡에서 훨씬 더 잘 자란다.

앞으로 50년이나 100년 후에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한반도에 소나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내용들이 발표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보다 소나무재선충을 막지 못하면 앞으로 5년 10년 아니 그 보다 더 빨리 우리 앞에서 소나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런 연유로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아무리 우리가 소나무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새로운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우수한 소나무를 살리는 방법이 될 수 있기에 말이다. 먼저 소나무재선충이 창궐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수종갱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남해안 지역은 기후변화 등으로 온도가 상승하기도 하여, 여기에 걸맞은 낙엽활엽수로의 갱신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무작정 소나무재선충방제에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관계 당국에서는 소나무재선충 방제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보다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나무재선충 창궐지에 대한 소나무의 타 수종갱신에 대한 논의가 광범위하게 펼쳐져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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