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7] 인산죽염을 만드는 사람들
일상을 담다[7] 인산죽염을 만드는 사람들
  • 박도준
  • 승인 2019.12.01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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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번의 손길 끝에 탄생하는 신비로운 죽염

대통에 소금 다지고 황토로 막아
솔장작불에 800도로 굽기를 8번
아홉번째 1700도 전용로에서 녹여
용광로 같은 죽염 식혀 상품 가공
수천번의 손길이 닿아야 탄생하는 신비로운 죽염. 천일염 가루를 대통에 담고 다져서 황토로 막아 법제기(대형 화로)에 넣어 소나무장작으로 800도 고열에서 굽는다. 시뻘겋게 구워진 죽염덩어리를 식혀 불순물을 제거하고 같은 공정을 되풀이하기를 8번. 마지막 9번째는 1700도의 고열로 인체에 좋지 않는 성분을 살라버리는 인산죽염. 깔끔한 근무복에 흰모자, 마스크, 장갑을 착용한 사람들의 정성이 수백번 닿아야 만들어진다. 불, 물(소금), 소나무·대나무, 쇠로 만든 법제기, 황토(화수목금토)로 만들어지는 제조과정을 이성곤 팀장의 설명을 곁드려 담아본다.

미네랄이 풍부한 서해산 천일염을 3년간 인근 야적장에 쌓아 간수를 뺀다. 간수가 빠지면 소금을 다시 분쇄기에 넣어 미세한 가루로 만든다. 인산가 창고에 저장된 소금이 20㎏ 짜리 15만포이란다. 1년에 1만5000포를 소비한다.

소나무는 지리산에서 간벌된 것을 트럭으로 옮겨와 둥치를 50㎝안팎으로 자르고 작업자 2명이 달라붙어 이를 다시 기계로 몇 조각의 장작으로 만든다. 장작을 3~6개월간 말린다. 소나무가 말라야 화력이 좋기 때문이란다. 길게 쌓인 황토색 장작들은 옛 시골길 황토담벽을 연상시켜 정겹다. 말린 장작은 작업장 안으로 운반해 불에 타기 좋게 다시 잘게 쪼갠다.

유황성분이 함유된 대나무도 함양지역을 비롯한 지리산일대에서 자란 것으로 마디 사이가 7㎝이상 되는 3년된 왕대를 구해 마디마다 자른다. 2~3명이 투입되어 자른 대통에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속이 빈 쪽을 아래로, 막힌 마디를 위쪽으로 오게 컨테이너박스에 담는다.

황토는 오염되지 않은 산에서 질 좋은 황토를 구해 물을 넣어 반죽을 만든 다음 비닐로 덮어 몇 시간 숙성시킨다. 황토를 숙성시키는 이유는 황토의 유용한 성분과 해독능력을 활용하기 위함이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죽염 만드는 공정에 들어간다. 공장 입실 규정은 까다로왔다. 정해진 복장과 이물질 제거, 손소독까지.

대통에 미세하게 간 소금가루를 대통에 다져 넣는다. 흰 모자를 쓰고 흰 마스크에 정갈한 근무복을 입은 6~7명이 하얀 소금가루를 소복하게 부어놓은 곳에 둘러앉아 대통에 소금을 넣는다. 대통을 잡고 소금더미에 밀어 넣으면 자동적으로 대통이 채워지고 이를 바닥에 통통 쳐 다지다가 다시 빈 공간에 소금을 채워 다졌다. 한 곳은 미세한 진동으로 다지는 기계를 사용하고 있었다.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데도 다져진 대통의 소금은 손톱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차돌처럼 단단했다. 일하는 작업자들의 손놀림은 물 찬 제비처럼 빨랐다.

소금이 다져진 대통은 황토반죽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한 작업자가 나무도구로 황토반죽을 한 술 떠 대통의 입구를 정성들여 봉했다. 밥술을 떠 손자손녀에게 먹여주는 할머니처럼.

여기서 대통은 특수제작된 법제기 속으로 들어간다. 대나무의 죽력(대나무 수액)이 대통 속 죽염으로 잘 스며들게 대통을 바로 세워 쌓고 그 위에 장작을 쌓는다. 그리고 법제기 주위에도 소나무를 넣어준다.

가마 앞에서 법제기의 소나무에 가스토치를 쏴 불을 한동안 붙인다. 가스토치에서 나오는 강력한 화력은 장작을 불시에 타오르게 한다. 소나무가 타오르자 향긋하면서도 매캐한 냄새를 풍겼다. ‘오는 날이 장’이라 날씨가 우중충하고 비가 내려 연기가 잘 빠져나가지 않아 더 했다. 법제기에 불이 붙자 거대한 가마에 법제기를 안치하고 불들이 새지 않도록 문을 닫았다. 최고 온도가 800도에 달한다고 했다. 무쇠 솥처럼 생긴 법제기에서 나오는 죽염 양은 170, 220㎏정도란다.

서너 시간 지나자 온도는 식기 시작했고 기중기로 가마에서 법제기를 들어올려 핸드리프트에 싣고 정선하는 곳으로 옮긴다. 이곳에서 열이 어느 정도 식자 공기압으로 벌건 죽염덩어리의 불순물을 먼저 제거하고 집게로 원형 기둥처럼 생긴 죽염덩어리를 하나씩 집어 올려 재 등의 불순물을 제거하며 스테인리스 박스에 죽염들을 담는다. 공정 회수의 푯말을 달고 옆 공정으로 이동해 죽염덩어리에서 불순물을 다시 일일이 제거한다. 6~7명이 하는 이런 작업을 거쳐 다시 스테인리스 분쇄작업, 대통 속에 다지기, 황토로 봉하기, 굽기 등 8차례를 반복한다.

죽염 구운 횟수가 적을수록 흰색을 띄었으며 구운 횟수가 많을수록 회색과 자색으로 변한다.

김 차장은 마지막 9번째 구울 때는 태백성이라는 대형 가마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공기구멍으로 강한 바람을 불어넣어 순식간에 고열로 만들어 유지시키면 태백성의 철 기운이 죽염에 스며든다고 귀뜸 했다. 수명은 2~3년인데 비해 비용은 대당 2억 원이란다. 이곳에서 죽염은 쇳물처럼 펄펄 끓어오르고 청, 황, 적, 백, 흑 다섯 가지 색깔의 변화가 일어나고 소금의 유해성은 사라지고 대나무의 유효성분과 천일염의 미네랄이 합해져 사람의 몸에 좋은 죽염이 된다고 덧붙였다.

쇳물 같은 죽염을 하루 동안 식혀 하단부분 등을 제거하고 고체죽염, 가루죽염 등으로 포장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9번 굽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꼬박 25일이 걸린다. 하나의 죽염 상품이 탄생하기까지 수 백 번의 손길이 들어가는 죽염은 9번의 법제 과정을 창안한 인산 선생의 선견지명도 놀랍지만 법제기 등을 만든 사람들의 집념이 하나 되어 만들어낸 소산이다.

박도준기자

 
1 소나무 잘게 패기
2 대나무 자르기
3 가공된 죽염 분쇄
4 분쇄된 죽염을 대나무에 다져 담기
5 황토로 죽염대나무통을 막는 과정
6 죽염대나무 위에 소나무 장작을 덮어 가마에 넣기전의 법제기
7 법제기에서 죽염덩어리를 집어 불순물을 털어내고 식히는 공정
8 가열된 죽염을 식히는 과정
9 식은 죽염 덩어리에서 불순물 제거하기
10 죽염을 9번째 굽기 위해 특수제작된 대형가마에서 법제기에 불을 붙이는 장면
11 죽염 9번째 굽는 과정을 끝내고 식히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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