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진주역은 과연 살아날 것인가?
옛 진주역은 과연 살아날 것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9.12.0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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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철도가 진주에 들어온 것은 1920년대인데, 일제가 우리 국토와 자본 수탈의 목적으로 건설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조선인들이 토지를 강제로 빼앗기다시피 했고, 노동 착취를 당하기도 했다. 해방 후에는 싫던 좋던 진주역은 원거리 교통수단의 정점에 서 있었고 지역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였다. 몇 년 전부터 고속철이 진주를 통과하기면서 이전하여 이제는 ‘구진주역’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이름이 붙게 되었다. 이처럼 유휴지로 남게 된 폐역사 부지 개발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여러 이견이 있기는 하였으나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야 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왔다. 최근에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진주시가 유상임대와 단계별 매입 등에 대한 합의를 하면서 추진의 물꼬를 트게 되었다. 이에 대한 주민설명회 개최와 재생 프로젝트 추진위원회의 발족도 이어지면서 사업진행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시의 설명에 따르면 다양한 테마를 가진 문화거리, 박물관, 생태 공원, 시민광장 등이 들어서는 매우 흥미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소망진 산의 유등테마공원과 남강까지를 연계하는 시너지 효과로 대대적인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시민에게는 품격 있는 공간을, 관광객에게는 매력적인 방문지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매우 환영 할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아 보인다.

우선 막대한 예산조달 문제인데, 토지매입과 시설조성을 위한 수천억의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시의 재정자립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데다, 최근 가좌공원 민간특례사업이 중단됨으로서 조만간에 매입해야 할 공원부지가 수백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어 재정 압박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작 더 우려되는 것은 이 사업의 효용성과 실효성이다. 원래 문화라는 단어는 인류 사회의 전반적인 지식, 신념, 행위 등의 포괄적 의미를 가진다. 이에 반해 도시 재생 및 개발에 있어서의 문화 개념은 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의 수려한 전시 건축물 축조에 한정된다. 또한 공공 공간이나 건축물에 대한 아름다운 디자인의 적용을 말한다.

여기에는 고도의 경제적 배경과 전략이 숨어 있다. 1970년대 이후 해외 선진도시들은 산업구조의 변화와 몰락으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문화(culture)와 경제(economics)를 합성한 ‘컬쳐노믹스’개념이다. 대표적인 경우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파리 루브르미술관의 증축 사업을 들 수 있다. 이는 거의 몰락하던 빌바오 도시를 살렸으며, 프랑스의 높은 실업을 해결한 경제 효자가 되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들이 만든 경이로운 건축물의 역할이 컸다. 이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대규모의 관광객이 몰려왔고, 도시는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 여기에 더하여 도시 공간을 마치 미술관처럼 꾸미는 디자인 사업을 진행하여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의 지자체들도 이를 본받아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앞다투어 건립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청동기박물관만 하더라도 년 간 수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에 문제시 된 평거동의 선사유적지 옥외 공간은 건물 유지관리가 어려워 흉물스런 곳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이유는 이러한 문화 시설이 프로그램의 빈곤과 낮은 디자인 수준을 가지고 있어 매력적인 장소로 인식되지 못하였다는 데에 있다. 이 때문에 새로 조성하는 폐역사 부지는 그 무엇보다도 품격 있는 높은 수준의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많은 공적 자금을 투입한 시설이 또 하나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최만진 교수
최만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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