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 우리라는 포근함
나와 너 그리고 우리라는 포근함
  • 경남일보
  • 승인 2019.12.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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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진주교육공동체 결 사무국장)
김연희 진주교육공동체결

 

순간 왁자하게 웃음이 터졌다. 가위바위보에 이긴 선생님들의 얼굴에 가득한 스티커 때문이다. 처음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다른 마을학교 교사와 어울리는 그들의 얼굴이 어린아이처럼 해맑다. 다음 순서는 나무에 매달린 여러 사람 그림을 보며 ‘2019년을 살아온 나는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시간. 왁자지껄 하던 강의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나무에 매달린 수많은 사람들은 위치도 자세도 다르다. 홀로 혹은 둘이서, 또는 셋이서 어울려 있는 사람도 있고, 우듬지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사람도 있다. 참가자들은 그 중 자신의 모습을 가장 닮은 사람 그림에 색을 입힌다. 이후 어느 한 선생님이 “제 모습은…” 입을 떼고는 왈칵 눈물을 쏟으며 말을 잇지 못한다. 다른 선생님들의 눈시울도 덩달아 붉어진다. 애써 눈물을 추스린 선생님은 “나무를 붙들고 아슬아슬 매달린 사람이 꼭 내 모습 같다”며 1년을 함께 한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러자, 아이들을 너무 다그친 것은 아닌지, 미안함이 몰려왔고, 애쓰며 살았던 자신이 너무 안쓰러워서 눈물이 났다고 한다. 조용히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던 선생님들은 그 분께 하고 싶은 말을 포스트잇에 적었다. “그랬군요. 당신은 그런 마음이었군요.”, “당신에게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느낍니다.”, “애썼어요. 힘내세요.” 진심을 담아 한자 한자 적은 포스트잇을 그 마을교사에게 전한다. 울음을 그친 마을교사는 포스트잇의 글을 얼굴이 환해진다.

오늘 모인 분들은 마을을 배움터로 마을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만나는 마을학교를 운영했다. 토박이말, 전래놀이, 공정무역, 마을기자단, 영상영화, 숲체험 등 다양한 수업내용을 담은 22곳의 마을학교가 그 곳이다.

올해 처음 시작했으니 얼마나 좌충우돌했을까? 자갈길에 넘어지기도 하고 태풍에 흔들린 일년이었다. 그랬기에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동변상련의 동지애를 느낀다. 지역에서 교육을 고민하고 활동하는 크고 작은 공동체들이 얼기설기 엮이며 ‘진주교육공동체’라는 바다를 함께 향해하고 있다는 바로 그 동지애. 처지가 비슷한 마을교사들이 오늘 만나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격려하고 힘을 얻는다. 평가회가 이어지는 연말, 비판보다는 따뜻한 공감과 격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반성과 평가는 잠시 미루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자. 그리고 마음을 포근히 어루만져 주며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내고 있음’을 느끼게 하자.

김연희(진주교육공동체 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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