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번 왔던 재난은 다시 온다’
[기고] ‘한번 왔던 재난은 다시 온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12.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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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우(사천소방서장)
최만우 사천소방서장



불안을 야기하려고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한번 왔던 재난(사고)이 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며, ‘재난’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해야 ‘예방-대비-대응-복구와 결과에 따른 환원(feed back)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재난을 설명하는 패러다임들 중의 한 축은 ‘사회적 취약성 모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모델은 전통적인 재난연구 패러다임이라고 불린 ‘유사전쟁모델’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개념이다. “유사전쟁모델은 평화롭고 잘 통합된 공동체에 날아든 포탄과 같이, 재난은 주로 외부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시각이다. 그러나 사회적 취약성 모델에 의하면 재난은 외부 요인에 의해 촉발되기도 하지만, 사회의 내부과정에 내재된 취약성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며, 또한 그 효과가 증폭된다(이재열, 2015)”.

이런 의미에서 재난은 개인의 실수나 판단착오로만 이해할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그 사회의 취약성을 종합적으로 드러내는 창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다수 인명피해 사고들을 살펴보면 유사한 사고들이 반복적으로 발생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일련의 유사 사고들이 단순히 안전교육과 홍보의 결여, 개인의 실수나 판단착오 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고수습 후에 나타난 결과들이 잘 말해주고 있다.

어느 도시에 근무할 당시 20년 이상 된 건축물에 대하여 표본으로 전기시설 사용실태를 조사해 본 일이 있는데, 건축 당시보다 에너지 사용량(특히 전기)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전기 설비를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으며(전선도 일정기간이 도래하면 교체하여야 함)심지어는 전기사용량 증가에 따른 설비는 그대로 둔 채 용량이 높은 차단기로 교체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과부하, 단락 등 설비에 문제가 생겨도 차단기가 작동하지 않아 화재 등의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책은 안전교육과 홍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 전기설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각각의 사고마다 원인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고 이중 상당수는 사회의 전반적인 취약성과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다소의 시간이 걸리고 당장은 불편하고 고통이 수반되지만 근본적인 문제와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법령의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투명성이 결여되고 규칙이 타협되는 시스템에서는 시스템의 이완현상이 발생된다는 것을 재난관리 주체들이 명확하게 알아야 할 것이며,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순차적으로 결합된 대책이 추진되어야만 재난관리 표준시스템인 ‘예방-대비-대응-복구-결과에 따른 환원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고 그래야만 장래에 보다 안전한 사회가 구축될 것이며 국민 모두가 안전한 가운데 생업에 종사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재난관리 주체들은 ‘한번 왔던 재난은 다시 온다’는 속설을 잘 알고 있다. 결과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바르게 개선하지 않으면 취약성이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불합리한 요인과 결합되면 다시 재난이 발생된다는 것을 말이다. 동절기에 접어들어 곳곳에서 불조심에 관한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조심하고 그곳에 무슨 취약성이 있으니 개선해야 하는 것인지를 대중에게 바르게 알리고 사업주가 이를 개선하도록 행정지도가 있어야 하겠다. 사전의 경고들을 무시하거나 간과하는 문화 속에서 축적된 위험의 요소들을 소홀하게 여긴다면 한번 왔던 재난은 다시 올 것이다.

그리고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재난’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할 것이다.

/최만우(사천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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