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름의 미학-고속 질주하는 상해와 남경 방문기
빠름의 미학-고속 질주하는 상해와 남경 방문기
  • 경남일보
  • 승인 2019.12.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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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대(경남도립남해대학교수)
김홍대
김홍대

 

과일가게 주인에게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방식이 불편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주인은 “과거에 과일을 팔고 나면 돈을 만질 수 있어서 기분은 좋았지만, 지금은 그런 느낌은 좀 덜한 것 같다”며 “그래도 현금이든 전자화폐든 모두 돈이니 어떤 것이든 좋다”고 답했다. 최근 중국 한 과일가게 주인과의 짧은 대화다.

중국 최대의 경제도시이자 2424만 명의 인구를 가진 상해시와 인구 846만 명의 중국 4대 고도인 남경시에 위치한 대학 및 현지 산업체와의 교류협약을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3박 4일 간 방문했다. 3년 정도의 기간이 흘러 재방문한 중국 상해와 남경은 또 한 번의 변화를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는 마치, 2001년 개봉 후 9부작 시리즈로 인기리에 상영 중인 ‘제이슨 스타템’의 레이싱 영화 ‘분노의 질주’ 를 닮은 듯, 중국은 누가 더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느냐에 대한 속도와의 전쟁 중이었다. 한 때 우리가 중국인들의 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을 표현했던 만만디(慢慢的)라는 단어는 이제 사전 속에만 찾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중국인에게 “일상생활에서 꼭 챙겨야 할 필수품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아마 열에 아홉은 “스마트폰과 신분증”이라고 답할 것이다. 중국은 지금, 많은 식당에서 식사 후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주차장도 무인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스마트폰 만능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비접촉식 IC카드 기술로 제조한 2세대 신분증 또는 은행카드, 사회보장카드 등의 기능을 담고 있는 3세대 신분증은 고속철을 타거나 호텔투숙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상해에서 남경까지 300km를 한 시간에 주파하는 고속철도 개표가 필요 없이 게이트 기기에 신분증을 터치하면 바로 기차에 오를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검표시간을 단축했고, 병원 접수와 의료기록 출력도 스마트 폰에서 결제한다. 호텔도 신분증 없이 투숙이 불가하게 해 범죄예방과 투숙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 중국 상해와 남경은 이제 4차 산업혁명의 화두인 IT 기술을 생활 받아들이면서 ‘느림의 미학’은 구석에 고이 모셔둔 모습이다.

현대사회에서 놓치는 건 없는지, 앞만 보고 가는 건 아닌지 등 ‘느림의 미학’을 고민해야 한다지만, 세계를 무대로 질주하는 중국인의 생활을 보고 난 뒤 현실적인 ‘빠름의 미학’이라는 개념을 고찰하게 됐다. 이젠 한국이든 중국이든 속도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사회가 “빠름의 미학”을 찾아 조화로움을 추구해야 할 시기인 듯하다.
 
/김홍대(경남도립남해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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