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미래에 대한 훈수
진주의 미래에 대한 훈수
  • 경남일보
  • 승인 2019.12.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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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가끔은 나서 성정하면서 인격을 형성하고 살아온 고마운 터전, 진주라는 도시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이 도시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무엇이 이 지방 사람들의 자존감과 우월적 사고를 주도했는지, 또한 그것이 미래에도 전통과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치인지 등 시답잖은 생각들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섣달 초입의 다소 무거운 담론이다.

최근 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현안을 보면 시는 혁신도시와 항공우주산업이 촉매제가 된 산업을 중심으로 도시발전을 꾀하는 투 트랙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때마침 국가혁신 융복합단지 선정과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어 무척 고무된 상태이다. 연구소기업과 기술사업화기업으로의 모색이 그런 방향을 말해주고 있고 보조금우대와 금융지원, 각종 세금감면 등이 뒤따르고 있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촌의 뿌리산단도 아직은 입주희망업체가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 금속가공과 기계 및 장비, 운송장비제조업에만 가능했던 입주자격이 비금속 광물제품 등 5개업종에 추가로 기회를 줄 수 있게 돼 문호가 넓혀졌다. 산단조성도 85%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도시도 1차 입주는 마무리 단계이다. 이제는 2차 입주기업과 기관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장 성공적인 혁신도시 모델이 되고 있다. 이미 입주한 한국토지주택 등 각 기관이 지역에 적응하며 각종 기여를 모색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신산업과 뿌리산업이 융합된 산업위주만으로 도시의 미래를 맡긴다는 것은 불안한 요소가 적지 않다. 과거 주력산업이었던 농기계 제조의 대동공업의 역외이전이 가져온 충격을 경험해온 터이다. 산업의 부침과 운명을 같이 해 온 도시들의 공동화와 부침을 익히 보아 왔다. 흥망성쇠를 동시에 목격한 도시가 국내에도 적지 않은 것을 보면 혁신도시와 산업화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숫소가 건널 정도의 작은 개천이라는 뜻의 옥스퍼드가 세계적인 명문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듯 우리의 진주가 지니고 있는 인문과 자연의 여건도 결코 무시해선 안될 도시발전의 근간이라는 것이다. 진주시는 개천예술제, 유등축제 등 우월적인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천년고도, 역사, 충절의 도시,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전승유적도 한 몫을 하고 있다. 1억년 전의 공룡, 익룡과 초기 포유동물의 흔적이 있고 석기시대에서 청동기, 철기시대의 유적 등 자연이 지니고 있는 풍부한 자랑거리도 자산이다. 무엇보다도 남강과 촉석루 등 도심의 자연환경은 이 도시가 유구함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남명 조식선생의 사상이 묻어있고 인재를 길러내는 우수고교와 대학의 역할도 이 도시의 장점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면면이 이어져 오고 있는 정체성으로 결코 간과해선 안될 성장동력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로의 발돋움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혁신도시와 산업화라는 투 트랙도 중요하지만 인문과 자연, 전통과 역사도 도시발전과 유구성의 큰 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도시의 외연을 넓히는 것도 수긍하지만 비어 있는 곳을 채우는 작업은 더욱 중요하다. 전국의 재래시장이 변신을 시도해 활력을 찾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하고 날로 공동화되고 있는 구도심을 채울 수 있는 획기적인 시도도 있어야 한다. 그 중심에 촉석루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계획이 있다. 또한 창의도시로의 구체적 실천계획도 구도심을 중심으로 이뤄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창의도시는 결코 발상의 전환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속에 지역의 정체성과 자연, 그리고 인문이 녹아 있어야 한다.

오랜 소외에서 벗어나 번영을 꿈꾸는 것은 당연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전통도시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명품 진주실크에서 지구인들을 감동시킨 소망등이 탄생하듯 진주의 인문과 창의성, 전통은 충분히 도시를 자랑스럽게 만들 수 있는 자산이다. 그렇다고 혁신도시와 산업화를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진주의 미래가 진보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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