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경남일보
  • 승인 2019.12.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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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인(진주시의원)
서정인
서정인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제조업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룬 이탈리아와 독일, 한 나라는 구제 금융을 받는 나라로 전락하고 또 한 나라는 유럽의 맹주로 다시 우뚝 서게 되는 그 갈림길에는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합의의 기술’이 있었다.

통일이후 재정위기를 맞은 독일, 슈뢰더는 연금과 노동, 복지 지출을 줄이는 강도 높은 개혁안 ‘아젠다 2010’을 추진했다. 이 개혁안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슈뢰더가 이끄는 사민당(노동자기반) 내부에서도 심각한 갈등을 낳았다. 이런 격렬한 갈등을 봉합하고 합의를 이룬 매개는 토론을 좋아하는 민족답게 미디어를 통한 ‘끊임없는 토론’이었다. 투명한 정보공개, 공론화,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냈던 것이다.

뒷날 슈뢰더의 개혁은 오히려 정치적 악재로 작용하여 사민당 슈뢰더의 총선 패배를 가져왔다. 그러나 새 총리로 당선된 기민당(중산층기반) 메르켈은 슈뢰더의 개혁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한다. 국가 미래에 대한 정책은 정당을 초월해 그 연속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책의 연속성’은 독일의 또 다른 ‘합의의 기술’이었던 것이다.

훗날 메르켈은 슈뢰더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서 이렇게 말했다. “독일이 오늘날 잘 살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슈뢰더의 ‘아젠다 2010 프로그램’ 때문이었습니다. 슈뢰더 총리가 추진한 ‘아젠다 2010’에 대해 높은 경의를 표합니다”

2000년 이후 진주는 외곽으로 도시가 크게 팽창했다. 이에 진주시는 지난 2017년, 50년 만에 시내버스노선 전면 개편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석 달 후 이창희 시장은 의회에서 “시내버스 노선개편이 사실 잘못되었다. 다시 전면 조정하겠다. 일일이 챙기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말하며 사실상 실패를 인정했다.(2017. 9. 14 의회 회의록)

그 후 탄생한 것이 ‘진주시시내버스 노선개선단’이었다. 교통관계자, 교수, 시민, 언론인, 시의원 몫으로 필자도 참여했다. 개선단의 9차례 회의·시민설명회·여론수렴을 거치고, 시는 ‘지선·간선 체계’를 2018년 12월까지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간선체계란 진주외곽 5~6개 권역에 환승센터를 조성해서 그 인근은 마을버스가 돌게(지선)하고, 큰 버스는 권역(환승센터)과 권역을 연결(간선)하는 시내버스 노선체계를 말한다.

권역별 환승센터는 기존시설을 최대한 이용하고, 문산, 명석, 집현은 신축한다는 세부계획에 따라 환승센터조성예산 50억을 2018년 당초예산에 확보했고, 2019년으로 이월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때마침 초전동 시내버스차고지가 가좌동으로 옮겨간 터라 집현에 환승센터가 조성된다는 것은 지역구 의원으로서도 설레는 일이다. 그러나 시장이 바뀌고, 전임시장의 시내버스노선 재 개편사업(지·간선체계)은 더 이상 추진되지 않고 있다.

버스 이용객은 계속 줄어드는데 시내버스 예산은 94억(2016년)에서 120억(2017년), 174억(2018년), 207억(2019년)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런 현상은 전 시장이 인정했듯이 현 노선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예산은 국민의 혈세다. 지금은 버스 증차로 땜질 할 때가 아니라 늦었지만 노선체계를 바꿀 때다. 갈등을 해소해야 부강한 진주가 된다. 토론과 정책의 연속성으로, 슈뢰더와 메르켈처럼 말이다.

/서정인(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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