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나들이[18] 돌림고뿔 살눈 발등눈 잣눈 길눈 풋눈
토박이말 나들이[18] 돌림고뿔 살눈 발등눈 잣눈 길눈 풋눈
  • 경남일보
  • 승인 2019.12.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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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많은 사람들이 걸려서 힘들어 하기도 하고 걸리지 않으려고 미리 막는 주사를 맞기도 했을 ‘독감’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합니다. 제가 일하는 배곳과 이웃 배곳에도 배움이들이 독감에 많이 걸렸다는 기별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독감’ 이야기를 해 드리고 이어서 지나간 글에서 말씀드렸던 ‘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다가오는 한눈 대설을 앞두고 더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감기’를 ‘고뿔’이라고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독감’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있는 줄은 모르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독감’을 말집인 사전에서 찾아보면 ‘지독한 감기’라는 뜻과 ‘유행성 감기’라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독감’은 뒤에 나오는 뜻이라는 것을 바로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독감’을 ‘지독한 감기’로 여기는 분들이 많은 것은 앞에 있는 한자 ‘독 독’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독감’은 남에게 쉽게 옮기는 전염성이 높은 감기이기 때문에 ‘전염병’을 ‘돌림병’이라고 하는 것처럼 ‘돌림고뿔’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려준답니다. 저는 전염성 감기, 유행성 감기라는 말보다 돌림고뿔이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한테도 쉬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도 처음 듣는 말이지만 무슨 뜻인지 바로 알 수 있어서 좋다고 하는 아이가 많았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지독한 감기’ ‘몸시 심한 감기’라는 뜻을 담아 쓰고 싶다면 ‘된고뿔’이라는 말을 쓰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더운 날씨와 아랑곳한 말씀을 드릴 때 ‘몹시 심한 더위’을 ‘된더위’라고 하고 ‘몹시 심한 추위’는 ‘된추위’라고 한다고 한 것을 떠올려 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몹시 심한 고뿔’이니 ‘된고뿔’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살면서 알고 있는 한 가지 낱말이나 한 가지 표현만을 쓰고 사는 것보다 여러 가지 낱말을 그때그때 알맞게 쓰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독감’을 ‘된고뿔’로 나타낼 수도 있고, ‘돌림고뿔’로도 쓴다면 남다른 느낌을 줄 수 있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지난 글에서 못 다한 ‘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눈이 오는 모양이나 상태에 따라 붙은 눈이름들을 알려드렸는데 어떤 게 가장 잊히지 않고 바로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도둑눈’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더라구요. ‘도둑’이라는 뜻이 좋지 않은 낱말과 ‘눈’이 만나서 된 말이지만 그렇게 좋은 느낌을 갖게 된 것이 놀랍기도 합니다. 오늘은 눈이 온 만큼 곧 양에 따라 눈이름을 나타내는 토박이말을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발자국이 남을 만큼 적게 내린 눈을 ‘자국눈’이라고 한다고 했었는데 ‘자국눈’보다 조금 덜 내려서 바닥을 살짝 덮을 만큼 얇게 내린 눈을 ‘살눈’이라고 합니다. 얇게 살짝 언 얼음을 ‘살얼음’이라고 하는 것을 떠올리시면 더 쉬울 것입니다.

눈이 더 내려서 발등까지 빠질 만큼 많이 내린 눈은 ‘발등눈’이라고 합니다. 눈이 더 많이 내려 발목이 푹푹 빠질 만큼 내리면 ‘잣눈’이라고 합니다. 한 자 그러니까 30cm가 넘게 내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그렇게 많이 온 눈을 본 적이 없지만 사람 키의 한 길만큼 많이 온 눈은 ‘길눈’이라고 한답니다. 발등까지 빠질 만큼 왔다고 ‘발등눈’ 한 자 남짓 왔다고 ‘잣눈’, 한 길 남짓 왔다고 ‘길눈’이라고 한다니 참 재미있고 쉽습니다. 눈이 얼마나 왔는지를 바로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곧바로 뜻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토박이말의 참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이 오는 때에 따라 붙은 이름들도 있습니다. 눈은 겨울에 오는 게 맞는데 때 아닌 봄에 오게 되면 ‘봄눈’이라고 합니다. 도둑눈처럼 밤에 오면 ‘밤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이 오신 크리스마스날 눈이 오기를 바라고 그렇게 눈이 오면 참 좋아들 하는데 음력 새해 첫날인 설날 눈이 내리면 ‘설눈’입니다.

눈이 오는 모양에 따라 부르는 눈이름도 있습니다. 가랑눈보다 가늘게 가루처럼 내리면 ‘가루눈’입니다. 가늘고 성기게 내리는 ‘포슬눈’이고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함박눈은 옛날에는 ‘송이눈’이라고 했고 곳에 따라 ‘솜눈’이라고도 한답니다. 덤으로 들겨울 초겨울에 들어 조금 내린 눈은 ‘풋눈’이라고 하는데, 풋눈의 뜻은 풋사랑, 풋고추, 풋사과의 ‘풋’을 떠올려 보시면 될 것입니다. 올 겨울에는 우리 고장에 눈이 와서 눈과 관련된 토박이말을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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