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폭력 영혼을 좀먹다
인터넷 폭력 영혼을 좀먹다
  • 백지영
  • 승인 2019.12.04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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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병균 ‘악성댓글’ (1)사이버 명예훼손·모욕 급증
연예인 일반인 안가리고 무차별 공격 확산
도내 경찰 접수사건 2년새 20%가량 증가
타인시선 ·명예 중시하는 한국선 치명적
인터넷 상에서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처음에는 유명연예인이나 공인에게 집중되던 것이 이제는 평범한 시민들까지 갈수록 그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나 기사에 달리는 댓글이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상충하는 부분도 많아 현실적으로 제재가 쉽지 않다. 이에 본보는 3차례에 걸쳐 문제점과 대책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올해 초 모 동물보호단체 대표가 동물 안락사와 기부금 횡령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단체 대표는 관련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 1000여 명을 수도권 경찰서에 모욕죄로 고소했다. 이 중 일부 누리꾼이 진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진주경찰서가 사건을 진행했다.

4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에서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은 2016년 624건에서 2018년 748건으로 2년 사이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검거된 도민의 수도 2016년 646명, 2018년 685명 등 해마다 6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경찰에 접수되는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은 포털 사이트 기사에 달린 댓글과 온라인 게임 채팅창에 올라온 악성댓글이 주를 이룬다. 식당 이용 후기 등 블로그나 카페 같은 온라인 공간에 올라오는 게시글·댓글, 유튜브 동영상·방송에 달리는 댓글 등도 있다.

이전에는 유명연예인, 정치인 등 공인이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들까지 그 범위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부수현 경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악성댓글에 대해 사람마다 체감 정도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좋게 평가받기 원하는 심리가 있다”면서 “그런 심리가 무너지고 욕설과 비방에 가까운 댓글이 따라다니다 보면 자존감이 무너지고 우울증으로 연결이 돼 견디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 호소는 잇따르지만 실질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특히 기사 내 댓글의 경우 고소인 자체에 대한 욕이라기보다는 해당 상황에 대한 감정 표현 등으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관련 교육을 몇 시간 이수하면 기소 유예 처분으로 갈음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도내 한 일선 경찰관은 “보통은 크게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악의 없이 그냥 쓴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잘못이라는 걸 느낀다. 처벌까지 이어지진 않더라도 이후에는 대부분 조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시인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으로 첨예한 갈등이 있는 기사 댓글의 경우 개인의 이념, 사상과 직결된 부분이다 보니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고집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부 교수는 “악성댓글을 쓰는 사람들은 작은 결점이 드러나면 도덕적·법적 부분과 관계없이 약점을 끊임없이 공격한다. 드러난 결점이기 때문에 양심적으로 가책을 덜 받기 때문”이라며 “사실을 이야기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쉽게 멈추지 않고, 일반인들까지 상대적으로 약자에게 공격성을 표출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악성댓글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사회문제가 되는 데는 IT 강국이라는 점과 독특한 사회 분위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류병관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명예훼손의 경우라도 처벌 강도가 우리보다 현저히 낮다. 우리나라는 타인의 평가에 신경을 많이 쓰고 명예를 중히 여긴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악성댓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도를 넘어 방치하면 자살이 아닌 타살의 의미를 갖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명예훼손은 거짓은 물론 사실이라도 공공연히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침해한다면 성립하는 범죄다. 같은 내용이라도 온라인에서 행해지는 게 처벌 강도가 높다. 전파 속도가 높아 피해가 더 크다고 보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에 관련 항목을 따로 두고 일반 명예훼손보다 강하게 처벌한다. 모욕은 공공연히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 등을 할 때 적용되는 범죄다. 명예훼손과는 달리 온라인 모욕을 위한 별개 법이 없어 오프라인 모욕과 같이 일반 형법의 적용을 받는다.
임명진·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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