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건널목 풍경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건널목 풍경
  • 경남일보
  • 승인 2019.12.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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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 풍경

건널목의 은행나무촌
통째로 화석이 되다.  -오정순



흔히 볼 수 있는 노면의 표식으로 과속방지턱의 한 형식이다. 지그시 눈을 감고 보면 이 가을의 끝을 잡고 물들어가는 은행나무 거리로, 화석이란 지질 시대에 살았던 생물의 유해나 흔적이 암석으로 보존된 것을 말한다. 언젠가 약 1억 4,40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해바라기의 화석을 본 적 있다. 이후 우리는 디카시를 통해 생의 빛깔마저 간직한 채 화석이 된 은행나무촌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사소한 풍경이 이처럼 예술이 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겠다. 언뜻 스쳐 지나갈 작은 실금까지 읽어낼 만큼 자연이나 사물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세월이었겠지만 비바람과 때론 바퀴의 압력을 받아 으깨져 단단해진 형체의 화석. 기어이 작가의 눈에 발굴된 과속방지턱에 덜컹, 잠시 흔들리며 쉬어 가는 것이다.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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