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병균 ‘악성댓글’[3·끝] 사회 제도적 인식전환 필요
사회적 병균 ‘악성댓글’[3·끝] 사회 제도적 인식전환 필요
  • 백지영
  • 승인 2019.12.08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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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댓글 막자 사회적 공감대 형성

댓글 실명제, 댓글 폐지 등 추진도
“모욕죄 처벌 한층 강화해야” 주장
악플, 자살 아닌 타살 인식전환 필요
최근 유명인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자 악성댓글(이하 ‘악플’)을 퇴치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의견을 표출하는 행위는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와 깊이 연관돼 있다.

악플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이들 국민의 권리와 상충할 수 있지만 그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어느 정도 제동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악플에 적용되는 법으로는 대표적으로 모욕죄(형법311조)와 명예훼손죄(형법307조)가 있다. 그런데 이들 법이 현실적으로 악플을 막기에는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형법에서는 ‘진실인 경우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허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이버상에서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에서 관련 특칙을 두고 있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진실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허위인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의 명예훼손보다 특칙인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훼손이 상해죄에 준할 만큼 처벌형량도 높고 제3자도 고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사이버상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는 욕설과 비방, 경멸적 표현 등의 모욕 행위는 처벌이 너무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욕죄의 경우 명예훼손과는 달리 사이버 환경에 특화된 법 조항이 없다. 일반 형법을 끌어다 적용해야 하는데 형법상 모욕죄는 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친고죄다.

류병관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사이버상에서 모욕죄는 설령 처벌해도 벌금 몇십만 원만 내면 끝난다는 인식이 있다.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공인이나 일반 시민들이 욕설이나 비방의 악플로 인격살인에 준하는 충격을 받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형벌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모욕죄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로 규정돼 있어 노출을 꺼리는 공인이나 주변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일반인들이 신고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류 교수는 “욕설이나 비방, 경멸적인 표현 등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관련성도 거의 없다. 이런 악성댓글을 방치한다면 누구에게는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신고할 수 있게 현행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악플의 문제는 단순히 악플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책임성과 공공성을 담보하지 않고 있는 언론과 포털 정책들도 문제라는 것이다.

악플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고조되면서 유명 포털 다음은 최근 연예 뉴스 기사란에 댓글 기능을 잠정적으로 폐지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을 확대해 악플을 걸러내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노력도 아직은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댓글에 다는 악성댓글에 대해서는 신고기능이 없고, 차단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안병규 법무법인 ‘더 가람’ 변호사는 “대형 포털 사이트에 악플을 방치하고 모니터링하지 못한 책임을 묻자는 의견도 있다. 책임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대두되는데, 언론사나 포털 등에 관련 의무를 어느 정도까지 부과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악플을 막기 위한 사회적 노력에 대해서는 부수현 경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악의적이고 비방의 정도가 심한 사람의 경우 민사가 아닌 형사의 측면에서 관리하고 인터넷 자격정지나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토록 하는 등 다양한 예방 대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알고 ‘악플도 범죄’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명진·백지영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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