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을 외쳐봐요
스콜을 외쳐봐요
  • 경남일보
  • 승인 2019.12.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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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리(수정초등학교 교사)
12월. 올해의 마지막 달력 속에 책가방 없는 날, 아이 빛남 주간이 기다리고 있다. 2학년의 주제는 다양한 세계문화의 체험이다. 우리 반 친구들은 구스타프 스콜이라는 스웨덴 민속무용을 체험 종목으로 선택했다. 스웨덴의 구스타프 왕이 승전을 축하하며 스콜(건배)이라고 용감하게 외치는 장면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8명이 동서남북으로 서서 움직이는 춤이니 분단 원 전체가 협동해야 성공할 수 있는 과제이다. 네 쌍의 남자와 여자 어린이들이 손을 어깨 위로 가볍게 올려 잡고 준비하고 있다. 음악이 나오면 친구의 손바닥을 마주치며 스콜을 외치고 두 손을 꼭 잡고 달려가서 닫힌 성문을 활짝 열고 즐겁게 제자리에서 돌며 승리를 축하하는 춤이다

찬이는 짝이 맞지 않아 우리 반의 심사위원으로 임명되었다. 절대로 여학생 손을 잡고 싶지 않다고 비명을 지르며 교실 바닥을 한 바퀴 뒹굴던 기억은 까맣게 잊고 칠판 앞에 앉아서 심사위원답게 그 요구 조건도 제법 까다롭다. “손을 꼭 잡아서 어깨 위로 올려야지. 박자에 발을 딱딱 맞춰야지.”

민속무용 체험은 외둥이가 많은 교실 현장에서 편안하게 친구의 손을 잡고 온몸을 부딪치는 신체활동을 부담 없고 즐겁게 만들어 주는 학습 도구이다.

“남자애랑은 손잡기가 싫어요. 나는 절대로 안 하고 싶어요.” 불평을 터트리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손끝이나 소매 끝만 쑥 내민다. “삼 일간 점심시간마다 20분씩 분단 별로 연습을 하세요.”

“남자는 흰색 셔츠에 부직포로 만든 초록색 조끼를 입고 검정이나 파란색 바지에 주황색 빵모자, 여자는 손수건 두 장을 갖고 와서 한 장은 머리에 묶고 한 장은 앞치마처럼 붙여보자.”

설레는 세계 여러 나라 민속무용 발표일. 시청각실에는 다양한 민속 의상을 차려입은 다른 반 친구들도 함께 모여 앉아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공연을 지켜본다. 소박한 스웨덴 의상을 차려입고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빠른 박자에 맞춰 빙글빙글 춤을 춘다. 구경하던 친구들도 신났나 보다. 덩달아서 ‘하나, 둘, 셋, 스콜.’ 큰소리로 외쳐가며 박자를 맞춰준다.

‘만약 내게 짝이 없었다면 나는 즐겁게 춤을 출 수가 없었겠지.’ 친구랑 함께해야만 멋진 민속무용이 완성된다. 친구의 손을 아프지 않게 가볍게 잡고 함께 뛰어가서 굳게 닫힌 성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성문 밖의 세상을 향해 ‘스콜’이라고 크게, 더 크게 소리쳐야 한다.

우리는 친구니까.
 
/신애리(수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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