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의 지혜 배우고 익히기
말속의 지혜 배우고 익히기
  • 경남일보
  • 승인 2019.12.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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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문이란 드나들거나 물건을 넣었다 꺼냈다 하기위하여 틔워 놓은 곳 또는 그곳에 달아놓고 여닫게 만든 시설이다.

문 앞에 서면 출입문(出入門)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된다. 볼 일이 있어 찾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야 용무를 볼 수 있는데 나오는 것이 먼저라는 순서를 설명하고 있다. 시선은 빛보다 빨라 문을 보면 바로 행동에 옮기게 된다. 표지판은 무용지물이 아닌가.

말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약속에 의하여 만들어 지는데 과연 출입문은 어떻게 생기게 되었을까. 문 앞에 한사람이 서면 본인의 뜻대로 열고 들어가면 된다. 그런데 문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인 경우, 안팎에서 문을 열려고 힘을 가하면 어느 쪽이든 쉽게 열리지 않으며 다수가 참여하면 혼란이 생기게 된다.

바람직한 태도는 안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들어가는 것이다. 문의 내부가 외부보다 상대적으로 공간이 작다. 속이 비어야 들어 갈 수 있다. 따라서 출입문이란 나오고 들어가라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단어라 할 것이다. 역시 물건을 이동시키는 것도 꺼내고 넣는 것이 합리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 산은 오르내리막이 반복되며 제자리로 돌아오려면 올라간 만큼 내려와야 한다. 좁은 산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내려오는 사람이 정지하여 올라오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면 올라가는 동작은 중력에 반하니 힘이 들고 내려가면 수월하기 때문이다.

일행이 산행을 하는 경우, 오른쪽으로 일렬로 보행하자. 걸음이 빠른 사람은 지나쳐야 하는데 온통 길을 메우고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 추월하기 쉽지 않다. 휴대폰 소리가 울리자 가던 걸음 멈추고 큰 소리로 통화를 하면, 뒤 따르는 사람은 추돌에 직면하여 황당하다.

좌충우돌(左衝右突)이란 사자성어를 삼국연의(三國演義)에서 볼 수 있다.

장판교에서 대전투를 치른 조운이 11년 뒤, 건안 24년(219)의 한중(漢中) 전투에서 황충이 군량과 마초를 빼앗으러 갔으나 돌아오지 않아 3천 군사를 이끌고 나갔다. 조조 대군이 황충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다. 조운은 크게 한번 호통을 치고 창을 꼬나 잡고 말을 달려 포위망 속으로 쳐들어가서 좌충우돌했는데 마치 무인지경에 들어가 있는 듯했다. 그가 창을 쓰는 솜씨는, 혼신의 힘을 다해 창을 상하로 움직일 때는 너울너울 춤을 추며 떨어지는 배꽃 같았고, 창이 그의 몸 주위로 분분히 날아다닐 때는 마치 함박눈이 바람에 흩날리는 듯했다.

조운은 창의 명수이지만 찌르고만 있다면 포위망은 좁아지고 지쳐 패하게 될 것이다. 적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짓쳐나가야 승산이 있는 것이다.

적과 대치한 경우, 좌측을 수비하고 우측으로 돌격한다. 나의 좌측은 적의 우측이라 적정을 살펴 대비를 하고서 우측으로 공격하기에 좌충우돌이라는 말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핸들을 잡고 앉으면 발밑에 두 개의 페달이 있다. 좌측은 브레이크 우측은 출력을 높이는 가속기이다, 운전 초보시절에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는 위기대처 차원에서 우측에 브레이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운전이 숙달되면서 자동차는 이동도구로 가속 페달이 우측에 장착되어야 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요즘도 ‘좌측은 브레이크 우측은 가속기’를 줄여 〈좌브우가〉라고 중얼거리며 시동을 건다.

출입문이라는 말 속에 지혜가 담겨 있다. 나오는 사람을 배려하여 기다렸다가 들어가라고 ‘출입문’이다. 혼잡한 거리에도 우측통행을 하면 무난하고, 내려오는 사람이 올라오는 사람을 위하여 정지하면서 “수고 많습니다. 정상까지 조금 남았습니다!”라고 격려를 보내는 모습이 아름답고, 길옆으로 비켜서 낮은 목소리로 휴대폰 통화하는 것도 감동 주는 모습이다. 새해에는 더욱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넘치면 좋겠다.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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