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교육’과 부모교육
‘기후변화 교육’과 부모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9.12.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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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얼마 전 인터넷 포럼 ‘빅 싱크’에 세계 최초로 이탈리아 공립학교에서 2020년 9월 신학기부터 ‘기후변화 교육’을 의무화하겠다는 기사가 실려 화제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 교육부 장관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후변화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교과과정을 통해 국민들 사이에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시행됨에 따라 이탈리아 공립학교에서는 내년 9월 신학기부터 연간 33시간의 기후변화 교육을 실시한다. 이탈리아의 초등학교(5년)와 중학교(3년)은 의무교육기관으로 공·사립에 관계없이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탈리아에서는 내년부터 초등생과 중학교 학생들은 모두 ‘기후변화’에 대해 교육을 받고 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갖게 될 것이다. 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기후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인식하고 대처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런 결정과 관련하여 환경 재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나라들이 이탈리아를 주시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나라 전체의 정책은 아니지만 2013년 이후로 19개 주가 환경 교육을 정식 커리큘럼으로 채택하고 있다. 알다시피,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산불 등으로 심각한 환경재난에 처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미 자체적으로 환경교육이 포함된 교육과정을 시행중이고, 그 외 20여개의 주에서 환경과 관련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경교육에 대해 자유로운 입장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갑자기 미세먼지나 매연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여서 환경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학교교육을 통해 환경교육을 가르치기 이전에 미리 부모교육을 통해 환경교육에 대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부모교육은 자녀를 위한 부모역할의 개념을 토대로 변화하는 사회에 적합한 부모역할을 이해하도록 하는 교육을 의미하므로 이러한 기후변화 교육은 당연히 부모교육에 영향을 준다. 일차적으로는 학교교육과정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 교육을 하지만. 동시에 부모를 통해 자녀들이 기후변화나 환경문제 등에 대해 재인식 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녀가 어릴수록 부모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가치관은 그대로 자녀에게 물려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부모가 환경문제에 민감하게 깨어있으면 자녀들도 환경문제에 민감하게 깨어있는 반면, 부모가 환경문제에 무관심하면 자녀도 무관심해서 결국은 환경오염의 상황에 죄책감도 느끼지 않게 된다. 따라서 부모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은 자녀에게 환경문제 인식을 갖도록 한다는 면에서 아주 중요하다 하겠다.

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낸 적이 있어, 환경재난 교육에 대처한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기 초에 학교를 갈 때 3일 분의 비상식량을 비닐 팩에 넣어 각자의 이름을 쓴 후 제출한다. 지진이 많은 곳이라 유사시에 지진이 나면 비상식량을 가지고 대피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지진이 났을 때 아이들이 누구랑 함께 대피할 것인지에 대해 부모가 동의를 미리 해둔다. 이렇게 재난에 대한 대비 교육이 항상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작년에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태풍에 대한 재난준비교육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7, 8월은 큰 태풍이 오는 시기여서 학기 중에 큰 태풍이 올 때에는 학교 캠퍼스 전체에 사이렌 소리가 나도록 하고 안내 방송을 통해 학생들을 미리 집으로 돌아가게 하여 안전하게 대피시키도록 하고 있었다. 그리고 태풍 안내 며칠 전에 모두 비상식량을 구입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등 주민 모두가 철저하게 재난에 따른 안전 의식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교육’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접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최정혜(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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