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압축성장 상징 김우중 별세
한국경제 압축성장 상징 김우중 별세
  • 연합뉴스
  • 승인 2019.12.10 1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67년 원단 수출로 사업 시작
기업 인수·합병으로 덩치 키워
세계경영 신화…한때 재계 2위
외환위기 여파 99년 그룹 해체
경제성장·부실경영 공과 남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11시5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김 전 회장이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건강이 나빠져 입원과 통원 치료를 반복하다 최근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이 설립한 대우그룹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급격히 성장하며 재계 2위를 기록했으나 1999년 부도로 해체됐다.

열평 남짓 사무실에서 출발한 대우그룹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 전 회장의 철학처럼 빠르게 뻗어나갔으나 30여년 만에 불명예스럽게 해체되는 운명을 맞았다.

자산규모 2위 재벌그룹은 외환위기를 맞아 공중분해됐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대우’라는 이름만 흔적처럼 남았을 뿐이다.

대우그룹은 1967년 3월 22일 대우실업이 문을 열며 시작됐다. 트리코트 원단 수출의 귀재라고 해서 ‘트리코트 김’이라 불리던 청년 김우중은 서울 충무로에 사무실을 빌려 셔츠 내의류 원단을 동남아시아에 내다 팔았다.

김 전 회장의 수완과 정부의 수출진흥정책을 양날개로 달고 대우실업은 급성장했다. 경제 고도성장기 ‘이카루스의 꿈’을 꾼 김 전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다계열, 다업종’ 확장에 나섰다.

대우는 1973년 한 해에만 대우기계, 신성통상, 동양증권, 대우건설 등 10여개의 계열사를 인수했다. 1976년에는 한국기계를 흡수해 대우조선으로 개편한 옥포조선소과 묶어 대우중공업을 만들었다. 1978년엔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새한자동차를 인수하고 1983년 대우자동차로 상호를 변경했다. 1974년 세운 대우전자는 1983년 대한전선 가전사업부를 더해서 주력기업으로 키웠다.

대우그룹의 상징이던 서울역 대우센터 빌딩은 앞서 1977년 완공했다. 지상 23층 규모의 사옥은 당시 한국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다.

‘종합상사’에 기반한 대우그룹의 문화와 대우센터는 드라마 ‘미생’에서 엿볼 수 있다. 창사 15년 만에 체급을 부쩍 키운 대우그룹은 1982년 대우실업을 ㈜대우로 바꾸고 그룹 회장제를 도입해 제대로 그룹의 모습을 갖췄다.

1990년대 들어서도 대우그룹은 성장 위주 전략을 유지했다. 1993년에 ‘세계경영 우리기술’을 슬로건으로 폴란드 자동차 공장을 인수하는 등 동구권 시장 개척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1995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대북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첫 남북한 합작투자회사인 민족산업총회사를 북한 남포에 설립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에 쌍용차도 인수했다.

1998년에는 41개 계열사, 396개 해외법인을 거느리며 자산 기준으로 삼성과 LG를 제치고 재계 2위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10만5000명, 해외사업장 21만9000명으로 임직원이 30만명이 넘었다.

거침없이 몸집을 불리던 대우그룹은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순식간에 허망한 결말을 맞았다.

무리하게 빚을 내 과잉투자를 하는 차입경영의 허점이 드러났다. 외형확대에 치중하느라 다른 그룹에 비해 구조조정이 늦었다.

국가신용등급 추락 여파로 해외 채권자들의 상환 압력이 거세지고 해외 자산가치가 추락하자 대우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1998년 12월 계열사를 10개로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이 발표되면서 대우그룹은 확연히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삼성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계획이 실패하며 이듬해 8월엔 12개 주요 계열사 워크아웃이라는 극약 처방을 받았다. 큰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 법칙이 이 때 깨졌다.

이어 2000년에 수십조원 규모 분식회계가 적발되며 대우그룹은 회생 불능 사태가 됐다. 대우그룹 분식회계는 1997년 19조여원, 1998년 21조여원 수준이다.

대우그룹은 한국 경제성장기에 주요한 역할을 했지만 분식회계와 부실경영으로 국가 전체를 휘청이게 하고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히며 공과를 모두 남겼다.

연합뉴스

조선소 노동자들에 연설하는 김우중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11시50분 숙환으로 향년 83세로 별세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건강이 나빠져 1년여간 투병 생활을 했으며 평소 뜻에 따라 연명치료는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1987년 9월 27일 김 전 회장이 거제 대우병원에 설치된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씨 빈소앞에 모인 노조원들에게 연설하는 모습.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