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재기자(지역부)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들이 세상을 주무르니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옛 선인의 말씀이 오늘날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요즘 정치인들의 조변석개 언행이 그러하고, 아귀다툼 벌여 내놓는 정책 또한 그러하다.
이렇다 보니 세밑 풍속도가 을씨년스럽다. 이맘때 쯤 의례이 주고받는 송구영신의 인사말이 민망할 정도다. 엉클어진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인 세상사가 뭘 보내고 뭘 맞이해야 될지 가늠이 안되기 때문이다.
요즘 주위분들은 TV 등 매스컴 접하기가 두렵다고 한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는커녕 언제적 일인지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일을 꺼집어내 헤집기 일색이라 지겹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을 보면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19세기 구한말로 회귀하자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사실 지금 서민들의 삶은 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할 정도로 팍팍하다. 바닥모를 경기침체에 민심이 흉흉한데 세상을 경영해서 백성을 이롭게 한다는 경세제민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서민들은 지금 대한민국 어디에 국민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경제정책이 있는지 묻고 있다. 난무하는 집단 제몫 챙기기에 힘 없는 서민들의 설움이 전국에 메아리친다.
시쳇말로 요즘 화두는 청와대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는 실정법에 앞서 정치력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청와대가 일을 정리하기는커녕 시비의 중심에 섰다는 지적이다. 면벽삼년은 아니라도 숙고에 숙고를 거쳐 나와야 할 정책이 여과없이 쏟아져 나오는가 하면, 일개 백면서생의 상식으로도 능히 알 수 있는 일을 꼬고 또 꼬아서 고차 방정식처럼 내놓기도 한다. 국회마저 일반인은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는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연동형 비례제 도입 등으로 극한 대립하면서 국민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
민주주의는 시끄러움의 미학이 있어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결론 없는 시끄러움은 소음이지, 소리가 될 수 없다. 이기집단 제 각각의 소리를 국익을 위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정치력이라고 본다. 한국 정치에 국익은 없고 표만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국민의 지적을 겸손이 받들고, 걸맞게 행동하는 참 정치인이 무척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이웅재기자(지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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