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교양교육은 기초학문 중심으로
대학의 교양교육은 기초학문 중심으로
  • 경남일보
  • 승인 2019.12.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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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대학의 교육과정은 크게 전공교육과 교양교육 과정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4년제 대학들은 교양교육과정을 전담하는 교양학부나 기초교육원 등 다양한 기구들을 설치하여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교양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가르치어 기르다는 뜻과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의 뜻을 가지고 있다. 원래 교양이라는 말은 독일어 ‘Bildung’과 영어의 ‘culture’를 일본 학자들이 번역한 말이다. 독일어 ‘Bildung’은 ‘Menschenbildung’의 줄임말로 ‘인간형성’을 의미하는데, 결국은 전공지식보다는 자유로운 사고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으로서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에서 기초교육의 강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독일 대학에서의 교양과목을 개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대학에서의 교양과목은 찾아보기 힘들고 거의 대부분이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이에 비해 하버드대학은 2007년 학부 교육과정 개편보고서에서 대학의 교육목표를 ‘리버럴 에듀케이션(liberal education)의 실시’라고 하면서, 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기존 사고방식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방식과 자유로운 사고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리버럴 에듀케이션이 우리나라의 대학에서는 ‘교양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학자들이 ‘리버럴 에듀케이션’과 같은 의미의 교양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대학에 개설된 교양과목들은 굳이 대학에서 개설할 필요가 없는 취미생활에 도움이 되는 과목들도 많고, 각 학과마다 경쟁하듯 자신의 전공학과에 개설된 개론 수준의 전공들을 교양과목으로 지정해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 중에서도 많은 수가 교양과목은 학문적 성격이 낮은 것으로서 대충 들어도 되는, 그야말로 액세서리 같은 ‘교양’을 쌓기 위한 과목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양과정 중 대부분이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면 딱 좋은 과목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입시위주의 고등학교 수업교육제도로 인하여 대입시험과목 위주로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를 대학에서 떠안아야 되는 현실이다. 그러나 대학에서의 전공강의도 교수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학생들은 이를 되풀이하여 받아 적기 바쁜 과목들이 수두룩하다.

학생들은 과거에 비하여 엄청나게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대학에서 배운 전공지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학문적으로 심오한 전공교육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그 지식을 실무에 접목시키지 못한다면 공허한 교육이 될 뿐이다. 특히 심각한 취업난으로 인하여 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몰두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사회에 진출하여 맞닥뜨리게 될 사회현상에 대한 인식이나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일에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대학이 교양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교양교육의 강화를 말한다고 해서 무조건 인문학 위주의 교양교육을 확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공계열 학생들이 인문학이나 법학 등의 과목을 배우고,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물리학이나 화학을 배운다면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 대학의 전공교육도 그 깊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 폭을 확대하여 전공교육을 위한 교양교육이 병행되어야 대학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때의 교양교육은 기초학문 위주의 교양교육을 의미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학생들에게 유연한 사고와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Bildung’과 ‘리버럴 에듀케이션’으로서의 교양교육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오창석(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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