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제자가 그립다
[교육칼럼] 제자가 그립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12.1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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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前 창원교육장)
임성택
임성택

꼴찌가 수능 만점을 받은 김해외고 송영준 군이 화제다. 빈한한 가정에서 나고 자라 사회적 약자 배려 대상으로 김해외고에 입학했으나 학교에서의 첫 시험에서는 꼴찌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공고에 진학하여 어머니의 무거운 짐을 덜어드리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하여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담임선생님의 위로와 장학금 주선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수능고사에서 만점을 받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학원 과외를 전혀 받지 않은 송영준 군의 학업성취에 대한 진단은 다양할 수 있다. 공부란 모름지기 자기학습력에 의한 몰입과 열정에 달렸다는 교육의 근본을 다시 확인한 케이스라는 진단과 함께 두뇌가 명석했기에 가능한 일이라 할 수도 있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특목고의 교육환경을 강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을 감동시킨 것은 수능고사의 만점이 아니라 송영준 군을 일으켜 세운 담임교사의 제자 사랑이며, 송 군이 교장선생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서 ‘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오겠다’는 등 대화를 나누는 사제지간의 아름다운 관계라고 생각한다.

교육에 몸담은 이라면 내용과 사정은 다를 수 있지만 제자사랑으로 만든 미담이 하나 둘은 아닐 것이다. 필자에게도 잊을 수 없는 제자가 여럿 있다. 얼마 전 초임시절의 제자가 용돈으로 쓰라면서 내민 큰돈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30여 년 전 이 제자가 대학에 다닐 때 당한 어려움을 도와주었는데 이것을 잊지 않고 찾아왔던 것이다.

교단에는 사제가 만들어내는 드라마, 잔잔한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아이의 어려운 환경을 남몰래 도와준 이야기, 아이의 손을 잡고 퇴근 시간이 되도록 글을 깨쳐준 교단일기, 싸움질을 일삼던 아이와 따돌림을 받던 아이가 또래의 중심에 들어오도록 한 생활지도, 소질과 적성을 찾아 주어 진로를 개척한 성공사례, 꾸중과 비난 대신에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해주셔서 오늘의 내가 있게 되었다며 보내온 편지 한 통 등. 열정과 헌신을 다하여 아이들과 나란히 하면서 울고 웃은 모든 교육활동이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교단이다.

그런데 필자에게 큰 선물을 들고 찾아온 제자 이야기를 몇몇 지인들에게 들려주었더니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가르침과 도움을 준 선생님을 치하하면서 선생님을 찾아온 제자가 대단하다는 칭찬을 덧붙였다. 그리고 오늘의 교단에는 사제지간의 따뜻한 정을 쌓아가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수업을 마치면 학원으로 달려가거나 방과후교육활동으로 이어지는 교육 풍토, 잘못을 타이르고 지적하면 폭력교사가 될 수도 있다는 서글픈 교단 현실, 학습준비물과 급식 등 무상교육이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크게 떨어뜨린다고도 한다. 한편, 교육정책이 제자다운 제자를 길러내기가 쉽지 않도록 한다는 말도 한다. 기초학력 미도달자에 대한 특별 보충수업을 보조교사에게 맡기거나 지도수당을 지급하는 일은 교육적으로 한번 생각해볼 일이라는 것이다. 교사가 당연히 책임져야 할 학습부진아 지도에 별도의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교육본질의 문제일 수도 있고 사도가 들어 설 자리를 없애는 것 같아서 개운치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교육활동이 노동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교육은 노동 그 이상을 요구한다. 교육 시설과 정책은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발전하였는데 사제의 정은 메말라간다. 스승이 그립고 제자가 그리운 오늘의 교단이 걱정된다.

 
/임성택(前 창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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