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물어가는 길목에서
한해가 저물어가는 길목에서
  • 경남일보
  • 승인 2019.12.1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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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시인, 초등학교 교감)
지난 12일부터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성황리에 열린 경남교육박람회가 15일에 막을 내렸다. 제15회 경남교육박람회의 주제는 ‘혁신을 넘어 미래로’였다. 2019년도 경남교육성과를 전시하고 2020년도 경남교육 비전을 제시하는 경남 최고, 경남 최대의 교육행사로써 주요 프로그램은 공연행사, 전시행사, 학술행사, 경연대회 등으로 개최됐다. 경남 혁신교육의 성과와 더불어 나아갈 미래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행사였다. 볼거리 체험거리가 많도록 알차게 마련된 각종 부스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몰려들어 실시간 빼곡하게 들어찼다. 교육공동체가 모두 즐겁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각급 학교에서는 12월에 들어 한해의 마무리로 분주하다. 열과 성을 다한 교육활동의 각종 성과에 교육공동체가 기쁨을 나누는 행복한 달이다. 개개인으로는 아쉬움과 반성이 교차하는 달이기도 하다. 삶은 때론 열심히 한 자에게 보상만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그저 최선을 다해 열정을 바친 것으로만, 진심과 정성을 다해 배려한 것으로만 만족해야 될 상황도 있어 보인다. 그런 경우엔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를 읊조리며 관조하고 볼 일이다.

진정 열심히 일한 자에게 보상이 따르고, 일한만큼 소득을 얻는 단순화된 공식이 제대로 적용되는 세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 하려는 사람에겐 박수를,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구분조차 못하고 그런 건 관심도 없고 남의 배려는 당연하게 여기며 감사를 잊고 사는 무개념 행동, 한 개 주면 한 개 더 안주냐고 따지는 이기주의, 그저 이득이 되는 쪽으로만 관심을 갖고 뭉치는 집단이기주의에 물들어가는 사회는 결국 파멸뿐이다.

한해가 아름답게 저물기를 바라며, 올 연말 모임에선 이기철 시인의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는 시를 낭송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이 세상에 살고 싶어 별을 쳐다보고/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된다/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그런 이별은 숭고하다/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하루를 건너가고 싶다/떨어져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내 아는 사람에게/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최숙향(시인, 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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