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시설? 동네의 활력소!
기피시설? 동네의 활력소!
  • 백지영
  • 승인 2019.12.17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지영기자(취재부)
백지영기자
백지영기자

“동네 주민 단 한 분도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에 참 좋아하십니다”

얼마 전 인터뷰차 방문했던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올리브나무’ 김미경 센터장에게 “혹시 인근 주민들이 시설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진 않았나” 묻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올여름, 부산에서 한 사회복지법인이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기숙사) 설립을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이 격렬하게 저항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기숙사를 건립하면 불을 지르겠다’고 할 정도로 편견과 혐오가 난무했다. 시의원·구의원조차 지역 내 ‘기피 시설’이 많은데 더 들어오는 건 싫다는 주민들 의견에 힘을 실었다.

2017년 서울에서는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자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오열하며 “장애 아이들도 교육 받을 권리가 있지 않냐”고 호소하는 일도 있었다. 경남에서도 창원시 진해구에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인 특수학교가 주민들의 반대로 진통을 겪었다.

꾸준히 들려오는 어두운 소식의 연장 선상에서 건넨 질문에 들려온 답변이 반가웠다. 다행이다 싶었다.

김 센터장은 “이 동네(진주시 천전동)는 고령의 주민들이 많아 조용한 편이다. 오가며 아이들이 천진한 인사를 건네며 활력을 내뿜으니 참 좋아하신다. 이 근처에서는 우리 센터에서 웃음소리가 가장 많이 들릴 것”이라고 했다. 센터 내에서 북도 치고 노래도 많이 불렀지만 한 번도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동네에 활력과 에너지가 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도내에서는 매일같이 님비성 집회가 벌어진다. 동물 화장장부터 송전탑, 축사, 건설기계 공영주차장 등 짓지 말라는 대상도 제각각이다.

반발에 부딪힌 누구든 곤혹스러워하겠지만, 복지를 위한 비영리단체가 인권 문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님비 현상과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절망감만은 못할 것 같다.

센터를 고운 눈길로 바라봐준 천전동 주민들은 ‘문제가 없는 시설이니 당연히 반대할 이유도 없다’고 얘기할 것 같지만 그래도 박수 한 번쯤은 보내고 싶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이번 겨울이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백지영기자(취재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