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원칙준수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 원칙준수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12.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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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인간, 사회, 자연의 세계는 각기 그 세계가 존재하게 하는 어떤 원리나 규범을 가지고 있다. 그 세계가 요구하는 원리나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상황의 파행과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민주주의 세계의 경우도 준수원리가 지켜지지 않을 때 그 대가의 1차적 피해자는 국민이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정치게임의 룰(rule)인 선거법 개정에서 제1야당을 논의 대상자로 하지 않고 의회 과반수 장악에 집착하는 여당의 행태는 민의 대변의 원칙에 벗어난다. 그리고 공수처 설치도 향후 그 운영자의 선의만을 기대할 수 없는데서 한국 민주주의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에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이러한 논의의 토양인 민주주의는 이제 특정한 하나의 사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에 가까운 단어이다. 그러나 실제는 간접 민주주의이고, 간접민주주의는 극소수의 권력자들이 자기 권력의 정당성을 스스로 확보하는 모든 종류의 정치체제를 반대하는 이른바 피치자 스스로가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도록 하는 정치체제다. 패자의 부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만민의 정치적 평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인류가 이룩한 이상에 가장 근접한 정치체계이지만, 우민화 정책, 다수결 원리라는 거대한 덫이 있어 항상 경계해야 하는 체제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촛불혁명정부로 자임하고 있다. 그런 만큼 민주주의 본래의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 정부 출범과 더불어 제시한 첫 선언 첫 원칙으로 내각 조각 인사규정을 보란 듯이 내세웠지만 스스로 부인했고, 정직한 사과 한 마디 없었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총리로 지명하고 당사자는 수락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와 관련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를 만들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행정, 입법, 사법 3부의 견제와 균형은 그 경계를 분명하게 긋지 않으면 쉽게 허물어진다. 외교부 발간 ‘의전실무편람’ 국가 주요 요인 의전 서열을 보면 1위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 2위가 입법부 수반인 국회의장, 3위가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다. 국무총리는 5위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인사가 국회에 출석해 총리로서의 역할을 하면, 국회가 대통령 하위 조직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는 정 전 의장 개인의 자질과 역량과 별개문제다. 게다가 친문 세력에 굴복해 김진표 의원의 대타(代打)라는 모양새는 더욱 아름답지 못한 발상이다. 국민의 1차적 대표성을 부여한 국회를 모독하는 일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나 국가운영의 또 다른 원칙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국가 안보이다. 안보는 국민들 민주적 삶의 요체이며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실현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보에 관한 한 정부는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문제는 피아가 구분되지 않는 안보관계자의 인식과 언행이다.
 
통일부 장관이 무관중 상태로 평양축구경기를 연 것과 관련해 ‘북한이 남측 응원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공정성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는 유체이탈식 언급에서 보듯이 무관중 경기를 공정성으로 이해하는 통일 장관의 기본 인식에다, ‘김정은은 자유 민주 사상에 접근한 상태’라고 한 송 전 국방장관, ‘6.25가 김일성 기획 남침전쟁 인지 여부 그리고 김일성 하에서 검열상과 노동상을 지낸 김원봉과 관련하여 김원봉이 김일성을 도운 전쟁범죄 책임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정 국방장관은 ‘어떤 의미로 말씀하시는 것이냐‘ 되묻고는 마지못해 ’북한이 남침 침략을 한 전쟁이라고 생각한다‘는 식의 태도가 그런 류다.
 
안보는 실제적인 대항능력의 축적문제이다. 그 실제 소임을 맡은 국방장관이 사변적으로 ’북한을 이해하자‘고 하는 식의 태도는 지나친 정무적 판단이다. 이런 사고의 종착지는 대북외교의 실패를 재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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