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탈스러운 통영 미식가 입맛 잡은 소갈비 명가
1987년 문 연 소고기 전문점…상위 5% 한우 1++등급만 고집
가격 비싸지만 맛·정성 입소문…백년 넘은 적산가옥도 볼거리
1987년 문 연 소고기 전문점…상위 5% 한우 1++등급만 고집
가격 비싸지만 맛·정성 입소문…백년 넘은 적산가옥도 볼거리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 한려해상국립공원 등 뛰어난 자연경관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특히 신선한 해산물 덕분에 식도락 여행지로도 인기다. 즐비한 횟집과 통영 통술(다찌)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다.
이런 해산물 왕국에서 고급 한우(1++)만을 고집하며 오랜 세월 통영을 지켜온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1987년 문을 연 ‘거구장(巨龜莊)’은 한자리에서 30년 넘게 명성을 잇는 소갈비 전문점이다.
거구장은 ‘큰 거북’이란 의미로 십장생 중 하나인 거북이처럼 좋은 음식을 통해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배정선 대표는 “가게 이름을 정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처음에는 많이 드시라는 의미에서 큰입이란 뜻으로 ‘거구(巨口)’라는 단어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이 먹는 것도 좋겠지만 건강하게 드시는 게 맞는 거 같아 ‘큰 거북((巨龜)’이란 의미를 담아 상호를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거구장 건물은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적산가옥으로 백년이 넘었다.
옛날 집이 풍기는 매력에 배 대표가 끌렸다. 그는 “1919년쯤 이 건물이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당시 건물을 보고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이곳에는 외식집(경양식)이 있어 종종 들리곤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식집 주인이 창원으로 이사를 가게 됐는데 평소 친분이 있던 나에게 식당을 해보는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배 대표에게는 큰 결심이었다. 요리학원을 다니면 음식을 만들어 본 것이 전부였고 가게 운영 경험은 전무했다.
그는 “요리학원은 강사로 나갈 수 있다는 말이 있어 다니기 시작했다. 음식점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가게 인수 제안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시절 젊은 여자가 혼자 식당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고민 끝에 그냥 해보자고 결심해 뛰어 들었다”고 덧붙였다.
경양식을 배워 본 적이 없는 배 대표는 새로운 음식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는 “막상 식당을 하려고 하니 메뉴가 걱정이었다”며 “그러다 어린시절 할머니께서 남몰래 꺼내 주신 ‘소고기’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비싸지만 당시 소고기는 정말 귀한 음식이었다”며 “이 귀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정성스럽게 대접해 드리면 행복을 전할 수 있을 거 같아 소고기를 메뉴로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통영에는 많은 해산물이 있지만 그보다는 특별한 것을 대접해 드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우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배 대표는 결국 뛰어난 조리장을 수소문하게 되고 1988년 현재 공동대표인 강두호 대표를 영입하게 된다.
산청 출신인 강 대표는 부산의 유명 식당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배 대표는 “여러 명의 주방장들이 있었지만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지인의 소개로 두호씨를 알게 됐고 요리도 잘하고 요령도 피우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손님상에 최고만 내놓고자 하는 마음이 정말 좋았다”며 “처음에는 조리장으로 스카우트했는데 지금은 안방까지 차지하고 있다(웃음)”고 강조했다.
배 대표 말처럼 강 대표는 최고의 한우만을 엄선해 손님상에 내놓는다.
특히 강 대표는 납품받은 한우를 해체하다 마음에 들지않으면 마음에 들때까지 납품처에 교환을 요구한다. 그러다보니 엄선된 고기만이 거구장으로 들어온다.
강 대표는 “100마리 가량 한우를 도축하면 1++ 등급은 4~5마리 정도 나온다”며 “그 중에서도 좋은 놈을 받으려면 검수에 항상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우를 비롯해 음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배 대표와 잘 맞았다”며 “이런저런 이끌림으로 결혼도 하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가게를 잘 이끌어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음식에 대한 철학이 확고했던 ‘거구장’은 통영의 명물로 자리잡게 된다.
질 좋은 음식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경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까탈스러운 통영 입맛도 사로잡았다. 택시기사들도 ‘소고기집으로 가자’면 거구장을 안내할 정도로 통영 소고기의 대명사가 됐다.
이런 손님들의 감사함에 두 대표는 지난 30여 년을 소처럼 묵묵히 달려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자 한때는 가게를 접을 생각도 했다.
배 대표는 “고깃집이 정말 힘이 든다. 고기는 고기대로 음식은 음식대로 특히 우리는 냉면도 직접 뽑고 육수도 다 내기 때문에 힘이 몇 배 더 드는게 사실이다”며 “나이도 있고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주변에서 ‘백년가게’를 추천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며 “백년을 이어갈 가게인데 문을 닫으면 안된다는 응원을 받으니 지금까지 해 왔던 것이 헛되지 않은 보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거구장은 2대 가업 승계를 준비중이다. 배 대표는 “조카가 두 달 전부터 들어와 일을 배우고 있다”며 “앞으로 이 친구가 ‘거구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조카 배상우씨는 “두 대표님의 철학을 담기 위해 많이 배우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이 배워 ‘백년가게’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영훈기자 hoon@gnnews.co.kr
※거구장(갈비) : 한우(1++), 냉면. 통영시 동충2길 22-3(항남동, 통영세관·항남목욕탕 인근), 전화 055-645-0029. 운영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매월 첫째 일요일 휴무. 주차가능(건물 뒤편).
특히 신선한 해산물 덕분에 식도락 여행지로도 인기다. 즐비한 횟집과 통영 통술(다찌)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다.
이런 해산물 왕국에서 고급 한우(1++)만을 고집하며 오랜 세월 통영을 지켜온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1987년 문을 연 ‘거구장(巨龜莊)’은 한자리에서 30년 넘게 명성을 잇는 소갈비 전문점이다.
거구장은 ‘큰 거북’이란 의미로 십장생 중 하나인 거북이처럼 좋은 음식을 통해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배정선 대표는 “가게 이름을 정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처음에는 많이 드시라는 의미에서 큰입이란 뜻으로 ‘거구(巨口)’라는 단어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이 먹는 것도 좋겠지만 건강하게 드시는 게 맞는 거 같아 ‘큰 거북((巨龜)’이란 의미를 담아 상호를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거구장 건물은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적산가옥으로 백년이 넘었다.
옛날 집이 풍기는 매력에 배 대표가 끌렸다. 그는 “1919년쯤 이 건물이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당시 건물을 보고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이곳에는 외식집(경양식)이 있어 종종 들리곤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식집 주인이 창원으로 이사를 가게 됐는데 평소 친분이 있던 나에게 식당을 해보는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배 대표에게는 큰 결심이었다. 요리학원을 다니면 음식을 만들어 본 것이 전부였고 가게 운영 경험은 전무했다.
그는 “요리학원은 강사로 나갈 수 있다는 말이 있어 다니기 시작했다. 음식점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가게 인수 제안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시절 젊은 여자가 혼자 식당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고민 끝에 그냥 해보자고 결심해 뛰어 들었다”고 덧붙였다.
경양식을 배워 본 적이 없는 배 대표는 새로운 음식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는 “막상 식당을 하려고 하니 메뉴가 걱정이었다”며 “그러다 어린시절 할머니께서 남몰래 꺼내 주신 ‘소고기’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비싸지만 당시 소고기는 정말 귀한 음식이었다”며 “이 귀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정성스럽게 대접해 드리면 행복을 전할 수 있을 거 같아 소고기를 메뉴로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통영에는 많은 해산물이 있지만 그보다는 특별한 것을 대접해 드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우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배 대표는 결국 뛰어난 조리장을 수소문하게 되고 1988년 현재 공동대표인 강두호 대표를 영입하게 된다.
배 대표는 “여러 명의 주방장들이 있었지만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지인의 소개로 두호씨를 알게 됐고 요리도 잘하고 요령도 피우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손님상에 최고만 내놓고자 하는 마음이 정말 좋았다”며 “처음에는 조리장으로 스카우트했는데 지금은 안방까지 차지하고 있다(웃음)”고 강조했다.
배 대표 말처럼 강 대표는 최고의 한우만을 엄선해 손님상에 내놓는다.
특히 강 대표는 납품받은 한우를 해체하다 마음에 들지않으면 마음에 들때까지 납품처에 교환을 요구한다. 그러다보니 엄선된 고기만이 거구장으로 들어온다.
강 대표는 “100마리 가량 한우를 도축하면 1++ 등급은 4~5마리 정도 나온다”며 “그 중에서도 좋은 놈을 받으려면 검수에 항상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우를 비롯해 음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배 대표와 잘 맞았다”며 “이런저런 이끌림으로 결혼도 하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가게를 잘 이끌어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음식에 대한 철학이 확고했던 ‘거구장’은 통영의 명물로 자리잡게 된다.
질 좋은 음식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경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까탈스러운 통영 입맛도 사로잡았다. 택시기사들도 ‘소고기집으로 가자’면 거구장을 안내할 정도로 통영 소고기의 대명사가 됐다.
이런 손님들의 감사함에 두 대표는 지난 30여 년을 소처럼 묵묵히 달려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자 한때는 가게를 접을 생각도 했다.
배 대표는 “고깃집이 정말 힘이 든다. 고기는 고기대로 음식은 음식대로 특히 우리는 냉면도 직접 뽑고 육수도 다 내기 때문에 힘이 몇 배 더 드는게 사실이다”며 “나이도 있고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주변에서 ‘백년가게’를 추천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며 “백년을 이어갈 가게인데 문을 닫으면 안된다는 응원을 받으니 지금까지 해 왔던 것이 헛되지 않은 보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거구장은 2대 가업 승계를 준비중이다. 배 대표는 “조카가 두 달 전부터 들어와 일을 배우고 있다”며 “앞으로 이 친구가 ‘거구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조카 배상우씨는 “두 대표님의 철학을 담기 위해 많이 배우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이 배워 ‘백년가게’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영훈기자 hoon@gnnews.co.kr
※거구장(갈비) : 한우(1++), 냉면. 통영시 동충2길 22-3(항남동, 통영세관·항남목욕탕 인근), 전화 055-645-0029. 운영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매월 첫째 일요일 휴무. 주차가능(건물 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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