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현행범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현행범
  • 경남일보
  • 승인 2019.12.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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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범-김종순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요
당신 입술에 묻은

입도 뻥긋 못하는 물증

내 마음 반쪽 떼어간


이즈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로 가지 끝에 걸린 몇 알의 홍시는 하찮은 미물까지 생각하는 조선의 속 깊은 배려이자 정서이기도 하다. 늙은 부모 새를 죽을 때까지 보살피며 지킨다는 효성 지극한 까마귀를 위한 것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까막밥’이라고 하나 길조인 까치의 이름을 빌려 까치밥이라 일컫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시의 어느 모퉁이에서 발견한 듯한 저 찰나의 영상 속, 부리에 묻은 빨간 홍시의 속살. 내 맘 반쪽을 떼어 간 물증으로 간주하는 시인의 위트가 번득이는 디카시다.

아무리 물증을 남기지 않으려 해도 들킬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에 대한 심증일 것이다. 직박구리의 허공 위에 펼쳐진 즐거운 식사 속으로 마음을 빼앗겨보며 가만히 심장 위로 손을 포개어본다.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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