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박물관 편지[40] Speelklok museum(오르골 박물관)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40] Speelklok museum(오르골 박물관)
  • 경남일보
  • 승인 2019.12.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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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더식 오르골

우리는 매일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의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빠른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양성까지 갖춘 덕분에 그 변화를 전부 체감하지 못할 정도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지난 세월동안 이뤄진 발전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의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나마 우리 눈에 쉽게 발견되는 변화는 자연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때 되면 스스로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계절이 왔음을 오감으로 일깨워 주는 자연이야 말로 세상이 변하고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는 가장 독보적인 증거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느껴지는 아쉬움과 다가오는 시간의 설렘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요즘 같은 계절에는 그림 한 점 보다도 음악이 더욱 잘 어울린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의도치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매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음악과 함께 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아침에 시계 알람소리를 들으며 일어난다면 이미 음악과 함께 하루를 시작 하는 셈이다. 뉴스나 라디오의 광고 음악도, 안보면 서운한 아침드라마가 끝 날 때 역시 음악이 빠지면 섭섭하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 때 들려오는 통화 연결음 에서도, 버스 정차 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오늘날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손가락 터치 몇 번 만으로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반세기도 되지 않는 세월동안 레코드판에서부터 테이프,CD,mp3를 차례로 사용해왔지만 우리는 이 획기적인 기술의 발전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실감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과거에 비해 음악과 훨씬 가깝게 살고 있지만, 어쩐지 마음 깊숙이 파고들어 귓가에 오랫동안 맴도는 멜로디는 찾기 힘들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마주하는 음악 대다수가 녹음 된 전자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랫동안 스피커나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전자음원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새로운 종류의 소리라고 느낄 수 있는 음악이 있을까? 전자음이 대중들의 인기를 끌기 한참 전인 중세시대에는 어떠한 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이 물음의 답을 해결 해줄 박물관이 네덜란드 우트렉에 있다. 이곳은 15세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악기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 하고 있다. 참, 악기라고 부담가질 필요 없다. 이곳에 있는 악기들은 연주자 없이 스스로 연주하기 때문에 클래식 공연에 가는 사람처럼 멋스럽게 차려 입을 필요도, 악기가 연주 되는 동안 꾸벅꾸벅 졸음을 참을 필요도 없다. 그냥 우리가 익히 들어온 멜로디에 맞춰 즐기기만 하면 된다.

◇Speelklok 박물관

박물관의 이름 Speelklok를 직역하면 음악이 연주되는 시계를 의미한다.

이 시계는 일정한 시간마다 짧은 멜로디를 울려 시간을 알려주는 알람시계의 일종인데, 시계 본연의 기능이나 휴대성보다는 본체의 외관을 화려 하게 꾸미고 어여쁜 멜로디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장식적 용도로 쓰였다. 박물관은 이러한 시계와 함께 여러 가지 악기를 전시하고 있으며 수집, 보존 및 복원하는 역할도 함께 한다. 1956년에 정식으로 설립 된 이곳은 현 소장품의 전시회가 성공하며 얻은 결과물이다. 박물관이 설립되던 해에 오르골과 이동식 오르간을 중심으로 열렸던 전시는 당시 관람객들에게 엄청난 관심과 호응을 얻어 박물관 건립의 추진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매년 관람객과 소장품이 계속해서 늘어나자 몇 번의 증축 공사를 하며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박물관은 현재 1100여점의 자동 연주 악기를 보유하고 있다.

소장품은 시계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오르간과 피아노, 오르골 상자, 멜로디가 연주되는 인형과 소품, 가구인 듯 보이지만 여러 악기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 박스 등으로 그 구성범위가 매우 넓다. 일반적으로 피아노, 바이올린 등의 악기는 사람의 연주로 소리가 나지만 이 곳에서는 연주자가 필요 없는 악기들로 소장품을 제한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악기들은 연주자 없이 어떻게 스스로 소리를 낼까?

악기가 연주자 없이 스스로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악보와 바람, 스프링, 무게 추, 태엽 등의 동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악보는 실린더, 메탈 디스크, 지그재그로 접힌 카드 등의 형태로 구성된다. 악기가 처음 발명되었을 무렵에는 원통형 모양의 실린더를 이용하여 길이가 다른 금속 핀을 때리며 소리를 내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방식은 실린더에 장착된 멜로디 밖에 연주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고,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 메탈 디스크 방식이다. 이것은 레코드판이 돌아가는 방식과 매우 유사한데 멜로디에 맞게 구멍이 뚫려 있는 메탈 디스크 위를 금속 핀이 건드려 주는 방식이다. 디스크를 교체하기만 하면 다양한 멜로디를 들을 수 있으니 실린더방식의 단점을 확실히 보완해 주는 방식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 두 가지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 시킨 방식은 천공카드를 악기에 넣어서 카드에 뚫려 있는 구멍을 읽어 내는 것이었다. 카드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카드에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올챙이 모양의 음표로 대신 조그마한 구멍이 멜로디에 맞게 뚫려 있다. 지그재그 모양으로 접힌 카드는 하나의 책 형태를 이루었고, 비교적 긴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되던 자동 연주 악기들은 18세기 유럽의 귀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가 축음기의 발명과 보급으로 그 명성과 인기를 잃었다.

하지만 이러한 악기들의 장점은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적게는 1인 많게는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의 연주를 하나의 악기가 커버할 수 있는 점이다. 또한 이 악기들은 다양한 음역 대를 넘나들어도 좀처럼 실수를 하는 법이 없다. 오늘날 우리가 자동 연주 악기를 통해 듣는 음악은 이 악기가 만들어질 당시 살았던 사람들이 들었던 음질이나 소리 나는 방식과 동일하다. 그러므로 악기를 통해 시간여행이 가능하며 듣는 이로 하여금 특별한 감동과 경험을 선사 한다. 특히 스스로 소리가 나는 작동원리를 알아가다 보면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음과 동시에 악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우리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자극시킨다. 더욱이 먼 훗날 우리가 어떤 종류의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 듣고 있을지에 대한 물음도 제시한다.지친 일상으로부터 잠깐 빠져나오고 싶을 때나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을 때 오히려 편한 것과 익숙한 것에서 멀어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어폰 대신에 생생한 소리로 귀의 감각을 깨워보자. 아무것도 거치지 않은 자연스러운 소리는 온 감각을 통해 어느새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주소: Steenweg 6 3511 JP Utrecht
요금: 성인 13유로, 12세 이하 7유로
시간: 화-일 10:00-17:00(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https://www.museumspeelklok.nl/

    
메탈디스크식 오르골
메탈디스크식 오르골

 

오르간
오르간

 

박물관 내부
     
천공카드식 리더기

메탈디스크식 오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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