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안녕하시지요?
교육은 안녕하시지요?
  • 경남일보
  • 승인 2019.12.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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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기해년 한해가 저물어 간다. 다사다난하지 않은 어느 해가 없었겠지만 올해만큼 국내·외적으로 대립과 혼란이 극심한 해도 찾기 힘들 것이다. 국내 문제만 해도 정치는 물론 경제 침체속의 부동산 문제부터 외교와 안보까지 순탄한 분야가 전무한 지경이고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을 흔히 ‘백년대계’라 하지만 현 정부는 교육을 ‘오년지소계(五年之小計)’ 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현 정부 출범 후에 ‘국가교육회의’를 만들어 대입제도를 포함한 무슨 큰일을 할 것처럼 법석을 떨더니 아무런 결론 하나 내지 못했고, 몇 달 전 대통령 말 한마디에 내년부터 적용할 대입제도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내년부터 사용할 중등 검정국사교과서는 ‘교육의 안녕’을 묻는 직접적인 계기로, 이 책의 편성 내용을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전근대사와 현대사의 서술 비중이 1:3도 문제이고 현 정부의 정책까지도 실렸다.

또한 1948년 유엔이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로 인정했음에도 대한민국을 ‘유엔 감시하의 선거 가능 지역(38선 이남)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적기도하고 천안함도 ‘폭침’이 아닌 ‘침몰’로 서술하고 있다. 이런 인식의 바탕에서 정부 공식 페이스북에서 북한식 표기인 ‘옳바르게’가 나왔을 것이다. 경남교육도 만만하지 않은데, 지난 20일, 전 학교의 교감과 담당장학사 1000명을 모아 실시한 ‘나라사랑교육 연수’의 첫 화면은 문대통령과 김정은위원장과의 악수 장면이었고, 연수의 주된 내용은 반일사상 고취와 각 학교에 위안부 소녀상 설치였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서 발표한 ‘2019년 세계인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재 육성 투자는 63개국 중 19등인데, 인재역량은 34등이었다. 특히 학교 교육이 사회 요구에 부합되는가의 부문에서는 55등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변방의 한 학교 교장인 나는 어법에 맞지 않는 한 때 유행한 문장인 ‘교육은 안녕하시지요?’로 물으면서 이렇게 기도한다. “제발~ 2020년엔 교육계만이라도 이념과 정치적 편향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사실과 사물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하여 훗날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교육이 되게 하소서!”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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