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지조의 한해, 2019년
공명지조의 한해, 2019년
  • 경남일보
  • 승인 2019.12.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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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와 매서운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모습에서 세월이 쏜살같음을 실감하는 세모(歲暮)다.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앞만 보고 달려오는 동안/등 뒤의 슬픔에 등 뒤의 사랑에/무심했던 시간을 돌아보자”라고 박노해 시인은 섣달을 노래했다. 등 뒤를 돌아보며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신문에서는 한해를 촌철살인(寸鐵殺人) 하는 사자성어를 내놨다 공명지조(共命之鳥)라고.

공명조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다.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는 이를 질투했다. 어느 날 한 머리가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고, 결국 둘 다 죽었다.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는 더 잘살 것처럼 생각되지만 공존하는 두 개체는 한쪽이 없어지면 동시에 죽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갈라진 진보와 보수의 분열이 최근 ‘조국 사태’로 촛불과 태극기 부대로 둘로 갈라져 극렬함이 더해 안타까움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분열의 아픔을 경험했다. 조선 500년 역사에서 사색(四色)으로 나눠 당파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더니 드디어 한 가지 사실을 당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전혀 다른 의견을 개진한다. 1590년 일본의 동향을 파악하고자 조정에서 정사 황윤길(서인)과 부사 김성일(동인)을 통신사로 파견하였다. 그러나 보고는 상반되었다. 황윤길은 “왜국이 전쟁 준비에 한창이라면서 그들의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했고, 김성일은 “도요토미의 인물됨이 보잘것없고 군사 준비가 있음을 보지 못했기에 전쟁 준비는 민심만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라고 했다. 이런 의견 대립은 서인과 동인의 정치적 대결 양상으로 치달았다. 결국, 동인의 세력이 우세했던 까닭에 김성일 주장대로 전란에 대비하지 않는 쪽을 결론이 났다. 그러나 일본은 대대적인 침략을 감행해왔으니 이것이 임진왜란이다. 당파싸움에 급급한 나머지 국론이 분열되어 나라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뜨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430년 전의 아픈 역사를 잊고 우리의 정치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로 나뉘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움을 벌인다. 최근에는 정치권을 넘어 전 국민이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되어 있다. 이의 치유(治癒)가 필요하다.

사회는 상반된 의견의 조합으로 발전해 나간다. 헤겔은 정반합(正反合)의 논리에서 “기본적인 구도는 정(보수)이 그것과 상반되는 반(진보)과의 갈등을 통해 정과 반이 모두 배제되고 합으로 승화하여 사회가 발전하여 간다”라고 했다. 또한, 새는 왼쪽 날개(좌익)와 오른쪽 날개(우익)가 균형 있게 펼칠 때 날아갈 수 있다. 둘 중 하나가 없거나 한쪽이 너무 세어 균형을 잃으며 앞으로 날아갈 수 없다. 따라서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 모두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2017년 5월 10일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하며, “오늘부터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도 진심으로 우리 국민으로 섬기겠다”라고 했다. 430년 전 국론 분열의 최종 책임은 임금인 선조에게 있듯이 지금의 분열 또한 대통령에게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국민 통합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IMF 때 금 모으기와 최근 일본의 경제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노 재팬’의 하나 된 모습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한국인의 참모습을 보았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 통합된 대한민국으로서 21세기 세계가 또 한 번 놀랄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는 역사를 새로이 쓸 수 있을 것이다.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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