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흥남철수가 낳은 기적 재조명
BBC, 흥남철수가 낳은 기적 재조명
  • 김종환 기자
  • 승인 2019.12.25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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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피난 배에서 기적처럼 다섯 아이 태어나
‘김치5’로 불린 아이 중 이경필씨는 거제거주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기념비 세우는 것이 꿈
영국 BBC 크리스마스 특집 방송으로 재조명

6·25전쟁때 미국 선박을 타고 남한으로 피신할 때 태어난 이경필(69)씨. 그의 소망은 거제항에 70년째 정박중인 메러디스 빅토리호에다 흥남철수를 알리는 기념비를 세우는 것이다.

영국 BBC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흥남철수’관련 사연을 재조명했다.

당시 흥남에서 거제로 오던 배에서는 감동적인 기적이 일어났다. 신생아의 탯줄을 이로 끊어야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 5명이 태어난 것이다. BBC에 따르면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MeredithVictory)호에서 태어난 이경필씨는 ‘김치5’로 불렸다. 한국식 이름을 잘 모르는 미군이 아이들이 태어난 순서대로 숫자를 매겨가며 ‘김치’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이씨는 가장 먼저 세상의 빛을 봐 ‘김치 1’로 불렸던 손양영(69)씨에 이어 5번째로 태어났다. 현대사의 굴곡진 세월을 넘어 이 씨는 수의사가 됐다. 그는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70년째 정박해 있는 거제에 거주하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이씨는 처음엔 ‘김치 5’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의 삶 자체가 기적과 같은 축복이란 사실을 깨닫고 이제는 ‘김치 5’를 명함에 새기고 다닐 정도로 애착을 갖게 됐다. 어머니의 출산을 도왔던 미군을 만나봤다는 이씨는 흥남철수 이야기를 열심히 알리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거제항에 있는 선박에 기념비를 세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가장 먼저 세상의 빛을 봐 ‘김치 1’로 불렸던 손양영(69)씨는 북한에 남아 있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두 형을 일평생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당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 손씨의 아버지는 가족 모두가 배에 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안고 9살, 5살 난 두 아들을 삼촌에게 맡겼다. 그리고 그는 만삭의 아내와 함께 배에 올랐다. 두 아들에게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부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손씨는 ‘흥남철수’때 생이별한 형제를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다.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남북으로 갈라져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데 깊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손씨는 하루빨리 통일이 이뤄져 형들을 만나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17살에 엄마와 여동생의 손을 잡고 배에 올라탔던 한보배(86)씨는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한씨는 갑판에서 바라본 흥남항은 “불바다”였다고 묘사했다. “항구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배에 타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미어진다”고 했다.

흥남철수는 중공군의 개입으로 궁지에 올린 미군과 한국군이 대대적인 후퇴를 한 사건이다. 1950년 12월 15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함경남도 흥남항에 선박 100여대를 보내 병력과 물자 등을 실어나르며 피난민을 대피시킨 작전이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최대 60명이 탈 수 있게 만들어졌지만, 당시 선장은 군수물자 25만t을 버리고 피난민 1만4000여명을 태웠다. 그럼에도 숨진 사람이 한 명도 없이 3일간의 항해 끝에 거제항에 도착해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도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도 이 배를 타고 남측으로 내려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종환기자

 

흥남철수작전 중 배에서 태어난 손양영·이경필 씨 ‘6·25 전쟁 흥남철수 도중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태어난 손양영, 이경필(왼쪽)씨 모습. 연합뉴스

 
메러디스 빅토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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