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흥남부두 철수 같은 비극은 다시는 없어야
[사설] 흥남부두 철수 같은 비극은 다시는 없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9.12.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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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당시 흥남 철수 직후에 가수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는 부산에 정착한 피란민이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서 헤어져 북녘 땅에 남은 금순이를 그리워하는 노래다. 지난 2011년엔 영화로 제작됐다. 영국 BBC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흥남철수’ 관련 사연을 재조명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도 불리는 흥남철수작전은 인도주의 정신을 전 세계에 보여준 역사적 철수 사건이다. 작전에 참여한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1만4000여 명의 피란민을 단일 선박으로 거제시 장승포항까지 안전하게 철수시켜, 전쟁 역사상 가장 인도주의적이고 성공적인 철수작전으로 세계 전쟁사에서 평가되고 있다.

흥남에서 거제로 오던 배에서는 감동적인 기적이 일어났다. 신생아의 탯줄을 이로 끊어야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 5명이 태어난 것이다. BBC는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MeredithVictory)호에서 태어난 이경필씨는 ‘김치5’로 불렸다. 한국식 이름을 잘 모르는 미군이 태어난 순서대로 숫자를 매겨가며 ‘김치’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1950년 12월 12일 시작된 흥남 철수는 26만명의 중공군이 참여한 인해전술에 밀린 유엔군 10만5000명과 피란민 10만 명을 구출한 대대적 후퇴 작전이었다. 열흘간 흥남항에 선박 100여대를 보내 병력과 물자 등을 실어나르며 피난민을 대피시킨 작전이다. 빅토리호는 최대 60명이 탈 수 있는 배지만 당시 선장은 군수물자 25만t을 버리고 피난민 1만4000여명을 태웠다. 숨진 사람이 한 명도 없이 3일간의 항해 끝에 거제항에 25일 도착해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도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도 이 배를 타고 남측으로 내려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구한 배’라는 닉네임이 붙은 이 배는 그로부터 전설이 됐다. 흥남부두에서 화물선을 타고 내려왔던 피란민 세대, 배를 곯으며 보릿고개를 넘기던 부모 세대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짧은 기간에 대한민국을 경제 10대국을 이룩했다. 당시 6.25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는, 지금 우리나라가 북한의 핵위협 등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잘 인식을 못하고 있는 듯하다. 흥남부두철수 같은 비극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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