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교대 ‘허슬 논란’ 총학생회 결단 필요하다
진주교대 ‘허슬 논란’ 총학생회 결단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12.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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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식(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정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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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슬’이란 매년 4월 진주교육대학교 총학생회의 출범식인 ‘해오름제’에서 이루어지는 각 과 신입생들의 축하 무대 행사를 일컫는다. 이를 위해 ‘허슬’에 참여하는 신입생들은 3월 한 달을 하루에 약 3시간 이상씩 ‘허슬 강사’로 불리는 2학년 선배들의 지도에 맞춰 춤 연습에 매진한다. 다른 학교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행사인 만큼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2012년 진주교대 총학생회는 ‘허슬’이 선정성과 강제성 문제로 언론에 보도되고 여론의 질타를 받자 전격 폐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듬해 성난 여론이 잠잠해지자 ‘허슬’은 다시 부활한다. 허슬 유지론자들은 ‘허슬’이 신입생들의 단합과 친목을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진주교대의 전통인 만큼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허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고는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우선, ‘허슬’자체의 정당성 문제다. ‘허슬’은 근본적으로 총학생회 출범식인 ‘해오름제’의 축하 무대다. 왜 각 학과의 신입생들이 총학생회 출범을 축하하기 위하여 춤을 추어야 하는가? 과거 총학생회의 권위주의적 사고의 잔재로 볼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총학생회도 답례무대를 갖지만, 이는 기계적 형평성만을 맞춘 처사이다. 또한, 선정성 문제가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학과에서는 ‘허슬 강사’인 선배들이 안무와 의상을 선정한다. 개별 신입생이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구조다. 더불어 강제성 측면을 볼 때, 각 학과가 모두 ‘허슬’ 무대 참여가 확정되어 있고 ‘허슬 강사’까지 선정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학과에서 ‘불참자’는 소수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자율적 참여를 강조해도 진정한 자율성이 보장되기가 힘든 구조이다. ‘참석’이 디폴트값이기 때문이다.

‘허슬’ 유지론자들의 주장처럼 ‘허슬’이 정말 신입생들을 위한 행사가 되려면 ‘신입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신입생들이 학과를 초월하여 자율적으로 팀을 꾸리고 안무와 의상 등을 그들 스스로 선정하여 무대를 꾸려야 한다. 지금과 같은 학과별 참여 및 허슬 강사 시스템을 폐지하고 무대를 온전히 신입생들에게 내어 주어야 한다. 총학생회는 이를 지원하면 될 뿐이다. 얼마 전 새로 출범한 36대 총학생회 ‘비컴’은 허슬 존폐에 관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에도 정작 무대에 서야 할 ‘신입생’은 없었다. 기계적으로 과반수를 따르는 것만이 옳은 선택이 아니다. 오랜 갈등을 매듭짓기 위한 총학생회의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정우식(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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