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끝자락에서
한해의 끝자락에서
  • 경남일보
  • 승인 2019.12.29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석기(수필가)
일 년 중 마지막을 되새기게 하는 12월. 정말 금년에도 마지막이란 의미 앞에, 지난 한해를 완벽하게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열심히 성실을 다해 보람 있게 살아왔다 해도, 한 해의 마지막에 이르러 자책의 회한까지 떨쳐 낼 순 없으리라. 12월에 와서야 지난 사계절을 생각하고 옳고 그름을 깨달으며 놀랍도록 겸손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아닐까?

지난날 마음을 졸이며 살다가도 여유롭게 풀어져 목표를 잊고 갈팡질팡했던 것을 애써 감추지 말자. 오히려 잘못도 실수도 자신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마지막의 의미를 제대로 새길 수 있는 지혜의 눈이 떠지리라. 나이 먹을수록 잘못을 뉘우칠 수 있다면, 지난날의 부끄러움 그 쓰디쓴 경험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줄 아는 지혜와 경륜으로 새로운 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일 년 열두 달을 잘 못살았다 해도, 실수와 잘못이 많았다 할지라도 자신을 학대하지는 말자. 인생을 제대로 볼 줄 모를 때는 희망찬 계획에 스스로 도취하지 않았던가. 그 빛나는 설계가 분명치 못하고 헛될 때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 무엇을 깨닫고 지난날의 잘못을 거울삼게 되는 것. 내년에는 한발자국씩 귀중하고 참되게, 시간이 왜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지 생각하며 살아가도록 하자.

누구나 지난날을 떠올려 보면서 잘잘못도 만나보고, 진실로 옳고 그름을 따져보며 뭔가를 깨우칠 수 있어야 한다. 남기고 온 흔적마다 많은 실수와 그 자국을 깊이 뉘우치며 일어서는 의지도, 자신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하자. 때 묻은 자국이 아닌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진실과 정직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자.

내년에는, 내년에는 분수에 넘치는 욕망은 버리고, 작은 것부터 이루어 가야 한다. 새해의 각오를 위해 지난해를 돌아볼 때 그래도 좋았던 일도 많았지 않았는가. 건강하게 살아온 한해였으며 굴곡 없이, 성실히 살아왔다고 자신을 알맞을 정도로 값 매길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는 참으로 좋았던 일도 많았다고, 그러므로 새해 역시 기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하자.
 
/이석기(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