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콩, 콩의 반란
[주강홍의 경일시단] 콩, 콩의 반란
  • 경남일보
  • 승인 2019.12.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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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콩의 반란-김감우

여기가 어딘지 몰라 내다보고 싶었어
내 밖의 세상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처음엔 열린 틈 사이로 눈만 빠끔
내밀어 볼 참이었어, 생각대로 되질 않았어
촉촉이 젖어드는 재미를 알아버린 뒤
발돋움해보니 조금씩 시야가 넓어졌어
두런두런 세상 이야기가 날 유혹했어
기지개 켤 때마다 쭉쭉 늘어나는 다리는
내 머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
일 확 저질러 버렸지 머리에 끝가지 쓰고 있던
콩이라는 둥근 이름표를 벗겨내고
발가벗은 나신으로 겁 없이 나서버렸어
콩의 반란이었지만 나의 원죄인
콩의 칼을 쓰고 콩나물이 되어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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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에 콩을 넣고 검은 보자기를 덮어 아랫목에 놓아두고 때를 맞추어 물을 주면 콩나물이 된다. 콩에서 콩나물이 되는 과정은 암흑 속에서 생육의 의지와 생경의 환경을 위해 치열한 생존의 결과이다.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관심, 틀을 깨고 시작을 하는 모험은 늘 위험이 도사리지만 넘어야 벽이라면 반듯이 경계를 파괴하는 용기가 필요하겠다. 달걀 속의 병아리처럼 처절한 용기가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세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콩에서 나물이 되듯이 역사는 늘 치열한 자기 투쟁을 요구한다.

콩나물시루 같던 교실에서 공부했던 동창들의 연말 모임에서 생육에 성공한 이들과 부진한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한 편의 시가 어쩐지 거슬린다. 더 발을 뻗고 발부 둥치지 못한 아쉬움의 단순 비교가 콩깍지처럼 부끄럽게 들어 붇는다.
 
/주강홍(진주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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