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노후 종잣돈을 지키자
고령사회, 노후 종잣돈을 지키자
  • 경남일보
  • 승인 2019.12.30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김진석교수
김진석교수

어떤 농부가 아름다운 거위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거위는 보통 거위가 아니었다. 황금알을 낳는 특별한 거위였다. 농부는 거위를 정성스럽게 길렀다. 거위는 하루에 한 알씩 황금알을 낳았다. 덕분에 농부는 부자가 될 수 있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애지중지하며 잘 보살피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거위는 하루에 한 개씩만 황금을 낳잖아. 하지만 거위의 뱃속에는 수많은 황금알이 들어 있을 거야. 그걸 한 번에 꺼내 내다 팔면 나는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걸. 그래 하나씩 낳기를 기다리지 말고 거위를 잡아서 알을 모두 꺼내야지”농부는 곧 거위를 잡아 배를 갈랐다. 서둘러 거위의 뱃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많은 황금알이 들어 있을 거라 생각했던 배는 다른 보통의 거위와 똑 같았다. 그렇게 거위는 허망하게 죽어 버렸고, 그는 이제 더 이상 황금알을 얻을 수 없게 됐다. 거위의 주인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크게 한탄했다. “아!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단 말인가. 큰 욕심을 부리다가 아무 것도 얻을 수 없게 되고 말았구나”하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농부는 더 많은 황금알을 가지고 싶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게 됐다. 그 결과 한꺼번에 많은 황금알을 얻으려는 소망이 물거품이 됐음은 물론 매일 하나씩 얻을 수 있던 황금알도 더 이상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우화는 종잣돈의 중요성에 비유할 수 있다. 여기서 거위는 종잣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때 황금알은 이자, 혹은 수익에 해당한다. 종잣돈은 이자 수입이나 투자 수익을 얻는 원천이 되지만 만약 잠깐 동안의 욕심에 눈이 멀어 다써버린다면 돈을 불리는 일은 물 건너가게 된다. 농부가 거위를 죽여 황금알을 하나도 얻을 수 없었던 것처럼….

한푼 두푼 모아 통장에 노후를 위한 종잣돈이 저축되어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이유에서든 자금 수요처가 생길 수 있다. 이때 통장을 깨서 그 돈을 다 써버리면 노후자금을 만들기 위해 불려 나갈 수 있는 종잣돈이 날아가 버리게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노후를 위한 종잣돈은 지켜야 한다. 물론 많은 인내와 냉정함이 필요하다. 쓸데가 생겼다고 종잣돈을 깨버리면 노후는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종잣돈을 만드는 방법은 투자금의 수익률을 높이든지, 아니면 저축규모를 늘리든지 둘 중의 하나다.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정기적금이나 정기예금 같은 저축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무엇이든 투자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기간에 수익률을 올리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은 막대한 수업료를 지불하고서야 실감하게 될 것이다.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올리려면 시간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운이 따라줘야 한다. 개인이 단기간에 투자에 성공했다면 그것은 운이 좋아서일 것이다. 저축규모를 늘리려면 소득을 키워야 하는데 이것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승진을 하거나 몸값을 올려 이직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퇴직이 임박한 상황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소득창출효과를 가진 간접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것이 지출통제다.

지출통제란 긴요하지 않은 소비를 억제하거나 돈이 새나가는 구멍을 틀어막는 것을 말한다. 무리하게 돈을 절약하다 보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그 상태가 지속되면 피로감이 쌓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종잣돈을 만들려는 목적이 노후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니 심리적 부담이 적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좋다.

 
/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