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의 담론, 홍익인간
새해 벽두의 담론, 홍익인간
  • 경남일보
  • 승인 2020.01.0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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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40년이 넘는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버리지 않았던 신념은 정치는 발전한다는 것이었다. 왕조와 봉건사회가 민주주의로 진화했고 독재와 나치즘, 군국주의가 패망했고, 공산주의가 지구상에서 종적을 감추고 있는 것이 정치발전을 말해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쿠데타로 들어선 군사정권시대에도 가난이 해소됐고, 신군부시절에도 교복자율화와 통금해제, 국민의 여가선용을 위한 프로스포츠가 생겨났고 국민들의 긍지를 심어주는 올림픽이 열렸다. 민의를 받아들여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도 그 시절에 이루어 졌다. 지금 우리가 구가하고 있는 민주주의도 그러한 과정에서 태어난 정치발전의 산물이다.

그러나 지난 1년은 그러한 신념을 여지없이 무너트린 한 해였다. 정치는 반칙과 꼼수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됐다. 일년내내 국민을 괴롭혔던 조국사태는 새해에 접어들어서도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디언 기우제와 고구마 줄기 캐기라는 새로운 담론으로 이슈화되고 있다. 땅 위로 드러난 줄기를 캐 보니 그 속에 고구마가 달려 있어 그냥 덮을 수가 없어 줄기를 따라 계속 캐고 있는 형국이라는 시각과 목표를 정해 놓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시도를 하고 있다는 시각으로 국민들은 양분되어 있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라진 민심은 어느새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우리가 지켜 나가야 할 가치인지를 잊은 채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배워온 진실과 정의, 정직과 배려, 평등과 공정, 균형과 더불어 사는 사회공동체의식은 구두선이 되었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정당화되는 비정상이 자리잡게 됐다. 위선과 비도덕적 행위가 법적 판단에 맡겨져 도덕과 윤리는 실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은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규범인데도 불구하고 법망만 피하면 문제가 없는 각박한 사회로의 전이가 오늘의 현실이다. 교과서적 가르침은 머릿속에 남아 있는 가치일 뿐 현실은 거짓과 위선, 지니고 있는 우위적 찬스의 무소불위한 전횡에 속수무책이다. 장학금도 모자라 자신이 취득한 학문적 지식을 자녀의 금수저 사다리에 이용하는 현실에도 관대해진 도덕, 윤리적 붕괴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단군 조선이 이 땅에 나라를 세운이래 누천년을 이어 오면서 우리의 몸속에 깊이 자리잡아 온 DNA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이는 왕조시대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가치가 됐고 지금도 그 가치는 이어져 오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법 제1조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1년은 이러한 전통적 가치를 마구 흔들어 놓았고 정치와 그 구성원들이 오히려 앞장 서 가치혼돈을 조장하고 선도하는 양상을 빚어 왔다. 그 같은 현상에 정치권이 양분되어 국민들을 양분시킨 것이다. 그로인해 정의와 윤리, 실체적 진실은 여지없이 무너져 전통적 가치가 상실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다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건국이념에 충실한 DNA를 회복해야 한다. 서양에서 출발한 무사(無私), 사랑, 순결, 정직이 덕목이 되는 도덕재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가 국민들을 평안하게 하고 이롭게 한다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정치가 회복 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이 땅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홍익인간이라는 건국이념을 뭉개고 국민을 편갈라 놓은 자들을 과감하게 심판해야 한다. 불의를 의인양 선동하고 도덕적, 인륜적 가치 윤리적 지향을 내몰고 오로지 법적인 판단에만 기준을 두고 이미 배척해야 할 가치를 붙잡고 있는 무리들을 응징해야 할 기회가 바로 선거이다. 국민이 저항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선거이고 정치발전의 도구인 것이다. 이번 총선은 정치는 역시 발전하고 있다는 지난 시절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여야 한다. 이 기회를 잃으면 우리는 다시 4년이라는 긴 세월을 그들의 잘못된 가치관에 묶여 살아야 한다. 도덕성, 윤리, 정의, 진실, 배려, 사랑과 같은 홍익인간의 이념을 살리는 기본으로의 회귀를 기대하는 것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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